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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원서 준비했는데" 10R 96순위 프로행 → 필승조 변신…암담했던 '심판의날' 애제자가 이룬 기적, 지켜본 스승의 속내 [SC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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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요즘 (성)영탁이가 잘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드래프트날에 임하는 고교야구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제자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심판의 날', 어쩌면 전국대회 결승전보다 더 떨릴지도 모른다.

KIA 타이거즈 성영탁(21)을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은 요즘 뿌듯함으로 가득하다.

프로 2년차인 성영탁은 최근 KIA 상승세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5월 20일 뒤늦게 시즌 첫 1군 승격을 했지만, 이후 13경기 17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 '미스터 제로'의 행진을 이어갔다.

부산고 시절 성영탁은 1m83의 탄탄한 체격에 제구와 경기 운영이 좋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평을 받았지만, 직구 구속은 130㎞대 중반에 불과했다. 1라운드 지명이 확실시되던 원상현(KT 위즈)과 달리 상위 지명은 커녕 미지명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였다.

29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영탁이는 그때 K대 입시를 준비했다. 마침 드래프트날이 원서 접수 마감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청룡기를 앞두고 본지와 만났을 당시 "(원)상현이는 1라운드에 뽑힐 거 같고, 가능한 높은 순위에 뽑혔으면 좋겠다. (성)영탁이는 지명 못받을 수도 있다. (중학교 때)한번 유급한 친구라 이번에 뽑혀야하는데"라고 걱정했던 그다.

신인 드래프트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시간은 성영탁과 박계원 감독에겐 어쩌면 지옥, 벼랑끝에 선 시간이었다.

"영탁이는 그날 드래프트 현장에 가지 않았다. 대학 입시 원서를 준비해서 바로 부칠 수 있도록 우체국 근처에서 대기했다.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바로 접수하려고, 시간이 애매했거든."

입시 원서는 우체국 당일 소인까지 유효하다. 우체국 운영시간을 고려해 최대한 준비한 것.

성영탁은 박계원 감독에겐 특별한 제자였다. 3년 내내 마운드의 한 축으로 부상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23년에는 1947년 부산고 야구부 창단 이래 76년만의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손민한 진갑용 주형광이 한 팀에 뛰었던 1992년(준우승)에도 얻지 못한 트로피였다. 부산고는 4강에서 강호 강릉고를 꺾은데 이어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마저 잡고 창단 첫 우승에 입맞췄다.

성영탁은 강속구 에이스 원상현이 부상으로 빠진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려 16⅓이닝을 책임지며 대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결승전에서도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든든하게 팀을 이끌었기에 가능했던 우승이었다.

성영탁은 프로 2년차인 올해 잠재력이 폭발했다. 투심을 장착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직구보다 더 빠른 구속의 투심이 장착됐다. 몸으로 익힌 제구력은 이미 갖춘 투수, 5월 1군 승격 이후 호랑이 군단의 연승 행진을 이끄는 선봉장으로 성장했다.

성영탁 외에도 올해 신인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포수 박재엽도 김태형 롯데 감독으로부터 "신인 때 양의지보다 낫다"는 호평을 받으며 1군에서 중용되고 있다. 순정만화 느낌나는 비주얼로 소녀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박계원 감독은 "우리 아이들이 프로에서 잘해주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나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