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연승보단 위닝시리즈가 좋다. 반대로 연패, 특히 시리즈 스윕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분위기가 확 꺼지니까."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정규시즌 운영 기조다.
올해는 마침내 '봄데'의 악몽을 벗어던졌다. 여름이 한창이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년 초여름이면 터져나오던 부상 악몽은 올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했다. 지난해 타선 주축으로 올라섰던 '윤고나황손'이 대부분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르내렸다. 외국인 에이스 반즈가 퇴출되고 감보아를 영입하는 홍역도 치렀다. 시즌초 팀을 이끌던 박세웅과 데이비슨은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소위 '170억 트리오' 중 유강남은 조금씩 제몫을 하고 있지만, 한현희와 노진혁은 여전히 1군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운 상황. 작년 대비 특별히 플러스된 전력은 없다. 지난 겨울 FA 영입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대신 뎁스가 깊어졌다. 에이스 감보아의 연이은 호투가 팀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베테랑 전준우와 외인 레이예스가 중심 타선에서 무게감을 잡아주고, 새로운 트레이드 복덩이 전민재가 내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이호준 한태양 박찬형 등 신예와 김민성 정훈 같은 베테랑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다. '불꽃야구' 출신 육성선수 박찬형은 데뷔 4연타석 안타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야에서도 장두성 김동혁 한승현 등이 번갈아 빈 자리를 메웠다. 불펜은 정철원 정현수 김원중의 필승조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김강현 박진 등을 발굴해 시즌초를 버텼고, 최준용이 가세하면서 무게감을 더한데다 홍민기 윤성빈 같은 파이어볼러들까지 보강했다.
무엇보다 롯데 자이언츠의 힘은 김태형 감독의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이다. 그는 처음 롯데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시즌을 꾸준히 이끌어가는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롯데는 지난해 5월 28~30일 한화와의 대전 3연전 이후 1년 넘게, 30일까지 396일째 시리즈 스윕을 단 한차례도 당하지 않았다. 같은 차원에서 올시즌 4연패도 한번도 없다. 흔들려도 매시리즈 기어코 1승은 따낸다.
이번 27~29일 부산 KT 3연전도 스윕 직전까지 몰린 시리즈였지만, 마지막날 4출루(1안타 3볼넷)를 달성한 김동혁을 비롯해 전준우 박찬형 전민재 등의 꾸준한 활약으로 기어코 1승을 떠냈다. 리드오프 김동혁의 맹활약, 박세웅 다음으로 투입돼 중반 리드를 지켜낸 최준용의 강속구를 앞세워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롯데는 6월 한달간 12승10패를 기록,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에 이은 3번째 자리를 지켰다. 쏟아지는 줄부상 와중에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대목이다.
이제 남은 건 전반기 종료와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9연전이다. 롯데는 LG 트윈스전(부산)-KIA 타이거즈전(광주)-두산 베어스전(부산)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하고 짧은 휴식기에 돌입한다.
올스타전 역시 롯데를 위한 무대다. 정철원 김원중 고승민 전민재 레이예쓰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롯데팬들은 휴식기에도 즐거움을 계속 누릴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