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열 발레, 20년 만에 내한해 4~6일 공연…"대표작 아우른 스냅숏 무대"
"훌륭한 무용수·역사·레퍼토리" 강점…한국인 첫 단원 최유희 "출산 후 복귀작"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개인적인 견해인데 지금 로열 발레가 세계에서 가장 발레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그들을 보면서 감사해요."
영국 왕립 발레단 로열 발레의 전준혁 퍼스트 솔로이스트가 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간담회에서 발레단의 강점을 이렇게 꼽았다.
로열 발레는 1931년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의 발레리나였던 니네트 드 발루아가 창단한 발레단이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프레데릭 애슈턴, 케네스 맥밀란, 웨인 맥그리거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이 거쳐 가며 최정상급 발레단으로 발돋움했다.
로열 발레는 오는 4∼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더 퍼스트 갈라' 공연을 한다. 20년 만의 내한으로 로열 발레의 대표작을 아울러 보여준다.
전준혁은 2017년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로열 발레에 입단해 지난해 퍼스트 솔로이스트에 올랐다.
전준혁은 "(단원 간에) 일을 하는 태도나 발레를 대하는 자세에서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준다"며 "저희 발레단 주역들이 하는 공연을 보면서 감동해 무대 옆에서 울기도 한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너무 멋있어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뒤 달라진 점에 관해서는 "마음의 짐이 덜어져서 춤을 더 즐겁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며 "월급도 올라서 좋다"고 웃음 지었다.
공연에는 한국인 최초로 로열 발레에 입단한 발레리나 최유희도 함께한다. 재일교포 4세인 그는 2003년 입단했고 2008년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승급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최유희가 둘째 자녀를 출산한 뒤 처음으로 갖는 복귀 무대다.
최유희는 "20년 전에 로열 발레가 공연할 때 (예술감독) 케빈 오헤어와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며 "9개월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처음으로 복귀하는 무대다. 여기 오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늘 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로열 발레가 가진 어마어마한 역사"라며 "저와 같이 아이를 기르는 엄마도 활동하도록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케빈의 정책도 와 닿는 부분"이라고 발레단의 장점을 설명했다.
최유희는 이번에 '아스포델 초원'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이는 현재 고인이 된 리암 스칼릿이 24세에 창작한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평범한 영혼들이 머무는 사후 세계 '아스포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당시 초연에도 참여한 작품으로 아름다운 음악이 곁들여진다"며 "스칼릿은 좋은 친구이자 동료였다. 저희가 스튜디오에서 보냈던 소중한 추억과 기억에 이 공연을 헌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로열 발레는 '아스포델 초원' 외에도 '지젤'과 '돈키호테', 프레데릭 애슈턴의 '백조의 호수',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크로스토퍼 휠든의 '애프터 더 레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로열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조슈아 융커의 신작도 세계 최초로 공연한다.
당초 예정됐던 웨인 맥그리거의 '크로마'는 무용수의 부상으로 공연에서 제외됐다.
로열 발레의 케빈 오헤어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에 관해 "대표작에서 발췌된 레퍼토리를 한데 아우르는 일종의 스냅숏이라 할 수 있겠다"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오늘날의 로열 발레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크로마'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그 핑계로 웨인 맥그리거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또 한국에 돌아올 수 있겠다"고 웃음 지으며 "한국은 로열 발레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로열 발레의 해외 순회공연은 1년에 1∼2개 도시에서 진행될 정도로 드물다.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만 한다.
오헤어는 로열 발레가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성장한 이유로 훌륭한 무용수들을 꼽았다. 극단 초기 당대 최고의 무용수라 평가받는 루돌프 누레예프와 마고 폰테인 등과 무대를 꾸민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극단) 초반에 루돌프 누레예프와 마고 폰테인의 무대를 선보일 좋은 기회가 있었다"며 "저희와 함께 활동하는 무용수들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발레단을 이끈다. 이는 특히 장편 작품에서 도드라지는데 모든 무용수가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로열 발레는 고전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골고루 선보인다. 다양한 작품은 무용수에게 큰 자극이 된다.
수석 무용수 바딤 문타기로프는 "로열 발레의 가장 큰 매력은 제게 늘 끊임없이 도전 과제를 제공하는 레퍼토리"라며 "매 시즌 두세번씩 몇 차례에 걸쳐 도전 과제에 직면하는 경험을 한다. 새로운 배움의 과정을 경험한다는 것이 저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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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