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실패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용이 포항으로 향한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FC서울과 결별을 확정한 기성용은 박태하 포항 감독의 부름을 받아 포항행을 결정했다. 3일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고 포항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2006년 K리그에서 울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후 19년 만에 K리그 두 번째 팀에 입단하게 됐다.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추진한 영입이었다. 당초 포항은 올여름 대형 영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6월 강원전을 앞두고는 박 감독이 직접 이적시장에 대한 물음에 "우린 차갑다"고 밝힐 정도였다. 상황은 며칠 사이에 급변했다. 박 감독은 기성용이 서울과 결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처음 통화를 진행했다. 기성용이라는 거물급 선수를 영입할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신중하게 이적을 택하길 바랐다. 박 감독은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서울을 떠나면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아깝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포항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박 감독은 "나는 확신한다. 물론 성공과 실패는 반반의 확률이라고 본다.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선수고, 축구 지능이 높다"고 했다.
포항이 올 시즌 중원 고민이 컸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오베르단의 파트너가 문제였다. 시즌 초반 김종우, 한찬희를 기용했으나 아쉬웠고, 이후 신광훈, 어정원 등을 투입해 변칙적인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U-22(22세 이하) 자원인 김동진이 활동량과 수비적인 능력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도약해 오베르단과 호흡을 맞췄다. 다만 중원에서 볼 배급을 담당하여 경기 템포를 조절해줄 자원이 부족했다. 역습과 전방으로의 롱볼을 투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포항으로서는 활동량과 전진성을 갖춘 오베른단의 짝으로 안정적으로 공을 뿌려줄 선수가 피요했다.
또한 김종우의 장기 이탈과 한찬희의 이적, U-22 자원들의 체력 문제 등을 고려하면 기성용의 합류로 후반기 중원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직전 서울전에서 오베르단의 이탈까지 나왔다. 오베르단은 서울을 상대로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28분 최준과의 충돌 과정에서 팔꿈치를 사용한 것을 주심이 확인하여, VAR 판독 결과 퇴장을 선언했다. 향후 2경기 출전이 어렵다. 기성용이 오베르단의 빈자리까지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경험도 더할 수 있게 됐다. 기성용의 합류로 공격에 김인성, 수비에 신광훈에 이어 중원까지 뛰어난 베테랑이 추가됐다. 포항은 올 시즌 베테랑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 중 하나다. 신광훈은 우측 풀백과 중원까지 오가며 주전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측면 자원인 김인성은 조르지와 더불어 포항에서 가장 폼이 좋은 윙어다. 박태하 감독이 베테랑 기용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던 점을 고려하면 기성용 또한 포항에서 경험 전수와 더불어 출전시간을 부여받아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성용은 4월 12일 대전전 이후 경기 출전이 없다. 약 석 달 만에 경기장에서 뛰게 될 예정이다. 박 감독은 "몸 상태만 괜찮으면 투입할 생각이다. 계속 훈련하고,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으면, 언제든지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세월로 인해 체력은 부족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몸 상태다. 기성용은 최근까지도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몸 관리에 열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중원에 녹아들기 위해 휴식기 동안 팀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다. 몸 상태와 적응에 문제가 없다면 기성용의 포항 데뷔전은 이르면 19일 전북현대와의 22라운드 맞대결이 될 예정이다. 포항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