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 롯데만 '잇몸야구'냐...우리도 송곳니, 어금니 다 빠졌는데.
최근 KBO리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잇몸야구'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선발 라인업 짜기조차 힘들었던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의 반란이 KBO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KIA는 팀 간판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없이 몇 달째 야구를 하고 있다. 세 사람 외에도 부상자 이름을 다 쓰려면 힘들 정도다. 그런데 성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6월 승률 1위. 4위다. 이제 상위팀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오선우, 김호령, 고종욱, 박민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 역시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없이 야구를 했다. 나승엽이 돌아오자 손호영이 나갔다. 장두성, 이호준 등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준 선수들도 부상. 하지만 롯데도 3위 자리를 내줄 마음이 없다. 김동혁, 박찬형 등 깜짝 스타들이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두 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KT 위즈는 서럽다.
KT도 없는 살림으로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패해 6위지만, 5위 SSG 랜더스와는 승차가 없다. 4위 KIA와 2.5경기, 3위 롯데와 3경기 차이니 여전히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KT도 장기로 따지면 차-포, 차이로 따지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송곳니-어금니가 빠져있다. 안그래도 올해 타력 약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상대를 가장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강백호가 없다. 발목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았다. 주전 탈락 위기에서 '역시 없으면 안되네'를 증명한 황재균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 이탈중이다.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던 장준원의 부상도 뼈아팠다. 내야의 핵심 허경민과 김상수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었다. 투수진에서는 가장 중요한 필승조 손동현이 이탈했다. 부상은 아니지만,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부진은 이 감독을 머리 아프게 했다.
그래도 KT가 버틴 건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정훈, 이호연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덕분이다. 마운드에서는 좌완 전용주가 훌륭한 구위로 혜성처럼 등장해 숨통을 틔워줬다. 여기에 안현민이라는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해 '잇몸야구'가 묻힌 케이스다. 이 감독은 "안현민 때문에 다른 선수 이름이 언급이 안된다"고 농을 쳤다.
이 감독은 "이제라도 우리 '잇몸야구'를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후반기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 부상 당시 진단으로만 보면,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 다들 돌아올 수 있고 재활도 순조로운 상황이라고.
이 감독은 "와도 문제다. 지금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는데,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다고 안 쓸 수도 없고"라며 행복한 고민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감독 입장에서는 무조건 선수가 많은 게 최고다.
과연 KT표 '잇몸야구'의 올시즌 최종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