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슬라이더는 이미 프로 수준이다."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대구상원고와 장충고의 2회전 경기.
양팀 경기를 지켜보던 A구단 스카우트는 한 선수의 투구를 보며 "슬라이더는 이미 프로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KIA 타이거즈 이준영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은 대구상원고 3학년 좌완 김세은. 이날 네 번째 투수로 나와 3⅔이닝 1실점 피칭으로 팀의 연장 10회 3대1 승리를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특이한 건 이날 안타는 1개도 맞지 않았는데 4사구를 5개나 줬다는 점. 그나마 적시에 삼진 5개가 나와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팀이 1-0으로 이기던 7회 1사 2루 위기 상황서 마운드에 올라 대타 한찬희와 김주한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상대의 스퀴즈 작전 실패로 대위기를 넘겼다.
8회에도 볼넷 2개에 사구, 폭투까지 기록하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다시 한 번 상대의 허무한 스퀴즈 실패로 역전 위기를 넘겼다.
9회부터 제구가 잡혔고,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포효했다. 김세은의 역투 속 대구상원고는 3대1 신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 2학년 때부터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끈 선수. 장단점이 명확하다. 슬라이더는 이미 완성형. 다만, 직구 구속이 140km 초중반대로 빠르지 않다. 키 1m77로 체구도 크지 않다. 잠재력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지만, 슬라이더 하나 만으로 프로 지명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KIA 좌완 이준영도 직구는 평범하지만, 슬라이더 하나로 우승팀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으니 김세은도 잘 가다듬으면 충분히 프로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체구도, 투구폼도 비슷하다.
김세은은 "초반에 제구가 안돼 애를 먹었는데, 동료들의 수비 덕에 버틸 수 있었다. 다행히 9회부터 내 공이 나왔다. 원래 제구가 나쁘지 않은데(웃음) 오늘 경기 초반에는 제구가 흔들리더라. 후반에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신인드래프트를 기다리고 있는 김세은은 "이어질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고 싶다"고 당차게 말하며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순발력 운동 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슬라이더도 코치님과 함께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 토박이. 어릴 적부터 삼성 라이온즈 야구를 보고 자랐다. 삼성에 가고 싶느냐고 묻자 "맞긴 한데, KBO리그 어느 팀이든 다 좋아한다"고 수줍게 답했다.
목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