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심판은 성역이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리그(EPL)의 경우 심판기구인 'PGMOL'이 개방돼 있다. 하워드 웹 심판위원장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Mic´d Up' 프로그램에 출연, 논란이 된 판정에 대해 직접 조치 과정을 이야기한다.
명쾌하게 오심을 인정할 때도 있지만 정심이라고 적극적으로 변호할 때도 있다. EPL 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 리그가 심판 판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도 진화를 선택했다. VAR(비디오판독) 온필드리뷰를 거치면 주심이 직접 마이크를 통해 팬들을 위해 판정 이유를 설명한다.
반면 한국 축구의 심판 사회는 깜깜이 '밀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판 논란은 대한축구협회(KFA)가 2020년 K리그가 해왔던 심판 관련 조직과 역할을 흡수한 후 더 커졌다. 심판평가소위원회도 특별한 경우에만 공개할 뿐 웬만해선 치부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 악순환이 이어지며, 심판의 권위마저 무너지고 있다.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구촌 축구의 보편적인 룰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넘은 발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감독은 물론 구단주까지 나서 징계를 감수하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다행히 KFA가 '성역의 문'을 일단 열었다. KFA는 2일 "경기 중 발생한 주요 판정 이슈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해설을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 보기'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EPL의 'Mic´d Up'과 흡사하다. 'VAR ON'은 현장의 심판 판정 기준과 적용 사례를 팬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구단과 언론, 팬들의 판정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판정에 대한 신뢰도 회복과 오심 논란 최소화를 위한 소통형 콘텐츠다.
콘텐츠는 K리그 또는 각급 축구협회 주관 대회에서 발생한 상황들에 대한 심판 판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논란이 있거나 이슈가 된 주요 판정 장면을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해당 판정의 기준과 판단 이유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또 심판 개인의 역량과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판정 사례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의 역할도 기대된다.
'VAR ON'에는 관계자나 일반 팬들의 눈높이에 맞게 영상 자료와 이에 대한 분석, KFA 심판패널회의를 통해 도출된 해당 판정에 대한 의견 또한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필요시 FIFA 심판 관계자의 의견도 포함된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이번 콘텐츠 기획은 심판 입장에서는 사실 매우 부담되는 결정이다. 하지만 축구계 관계자와 팬들에게 전문가의 시선을 안내하고, 이해도를 높여 상호 신뢰 문화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판정 평가 패널 회의를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고, 교육을 통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판의 신이 아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그러나 '제 식구 감싸기'로는 발전도, 미래도 없다. 'VAR ON'이 출발점이다. 'VAR ON'은 KFA의 SNS와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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