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치 한풀이 하듯 펼친 '미친 선방쇼'였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FC서울 간의 2025 코리아컵 8강전. 이날 전북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골키퍼 김정훈(24)이었다. 후반전 내내 이어진 서울의 파상공세 속에 골과 다름 없는 장면에서 잇달아 선방을 펼치며 0의 균형을 지켰다. 그 결과 전북은 후반 41분 역습 찬스에서 송민규의 결승골에 힘입어 리드를 잡고, 결국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거스 포옛 감독은 이날 주전 골키퍼 송범근 대신 김정훈을 선발명단에 올렸다. 포옛 감독은 송범근 외에 김진규 콤파뇨 송민규를 벤치에 앉히는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K리그1을 비롯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2, 코리아컵까지 전반기 내내 쉴새 없이 달리며 누적된 선수단 피로 해소를 위한 선택. 후반 승부수를 위해 필드플레이어를 아낄 수 있었지만, 골키퍼 자리를 바꾼 건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포옛 감독은 "컵대회를 통해 그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정훈은 이날 자신이 단지 '로테이션'으로 선택받은 게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전반전 안정적인 볼 처리와 운영으로 수비라인에 기여했다. 압권은 후반전. 후반 12분 서울 린가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정승원이 수비수 뒤에서 쇄도하며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다. 바운드되며 어렵게 온 슛을 김정훈이 크로스바 위로 걷어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서울 야잔이 문전 정면에서 구석을 노린 헤더를 시도했지만, 김정훈의 다이빙에 막혔다. 김정훈은 후반 15분 아크 오른쪽에서 서울 황도윤이 날린 중거리포까지 막으면서 선방쇼를 이어갔다.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도 할 말이 없는 장면이었지만,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서울 벤치는 탄식했고, 전북 벤치는 안도의 한숨이 메아리 쳤다. 포옛 감독은 서울전을 마친 뒤 "후반 중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골키퍼 김정훈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김정훈은 지난해 김준홍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줬다. 김준홍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DC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송범근이 입단하면서 또 다시 2인자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올 시즌 K리그1 출전 기록이 없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2와 코리아컵 로테이션으로 제 몫을 했다. 서울전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완벽하게 펼쳐냈다. 이날 만큼은 자타공인 전북의 1인자였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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