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냥 다 빼고 하죠."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달 29일 아담 올러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지난달 23일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이미 휴식 차원에서 이탈한 가운데 올러까지 빼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여유를 부린 것은 아니었다. KIA는 6월 성적 15승7패2무 승률 0.682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덕분에 한 달 만에 7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고, 한화 이글스-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로 굳어질 것 같았던 3강 구도를 깰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KIA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감독이다. 팀이 상승세를 탔을 때 더 몰아붙이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조금 더 멀리 봤다. 네일과 올러 모두 지친 게 눈에 보였고, 올러는 던지는 팔이 뭉치는 증상도 있었다. 외국인 원투펀치에게 일찍 충분한 휴식을 주면 3위 롯데, 1위 한화와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 총력을 펼쳐 승부를 걸 만했다. 네일은 롯데와 이번 주말 3연전에 맞춰서 복귀하고, 올러는 다음 주중 한화와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때 합류해 마운드에 선다. 네일은 오는 4일 롯데와 시리즈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하면 10일 한화와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등판할 수 있다.
이 감독은 1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 앞서 "이번 주를 잘 넘어가면 한화전 때는 그래도 네일과 올러가 다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대체 선발투수들이 들어가는) 이번주를 어떻게든 5할 승부만 하면 후반기는 찬스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주를 잘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KIA는 네일과 올러의 대체 선발투수를 차례로 내세운 1일과 2일 광주 SSG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1일은 김건국이 선발 등판해 4⅓이닝 2실점으로 버티면서 3대2로 역전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하지만 2일 선발투수 이도현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도현은 2023년 KIA에 입단한 3년차 선수지만, 이날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중압감 탓인지 66구 가운데 볼이 34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고, 공도 밋밋해 SSG 타선을 전혀 제압하지 못했다.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투구 내용 자체가 나빴다.
이 감독은 여기서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김민주(1이닝 3실점)-이호민(3이닝 1실점)-성영탁(1⅓이닝)까지 신인급 투수들을 차례로 내보냈다. 위닝시리즈를 위해 불펜을 아끼는 동시에 영건들의 가치와 쓰임새를 확인했다.
KIA 타선은 SSG 베테랑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에게 승리는 내줬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혔다. 김광현은 5⅔이닝 87구 10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8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SSG는 5-8로 쫓기자 노경은(1⅓이닝)-이로운(1이닝)-조병현(1이닝) 등 필승조까지 소모해야 했다. KIA는 끝내 3점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왜 6월에 가장 무서운 팀이었는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이 감독이 마지막으로 휴식 부여를 고민하고 있는 선발투수는 베테랑 좌완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3일 광주 SSG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게 할지, 한화와 마지막 시리즈까지 한번 더 던지게 할지 결정은 아직이다. 롯데, 한화와 남은 6경기에서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아야 6월 상승세를 이어 가는 동시에 3강 구도를 깰 수 있다.
이 감독은 "(김)건국이를 다음(6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하게 할지, (양)현종이가 SSG전 던지고 어떻게 할지 결정을 아직 안 했다. 건국이가 일요일에 던지면 (윤)영철이가 한화전으로 간다. 건국이가 안 던지면 영철이가 일요일에 던지게 해야 한다. 그 부분을 조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