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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인 DNA분석 결과 20% 메소포타미아계…밀접교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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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왕국 시대…60세 남성 도예공으로 추정
미라 처리되지 않아 DNA 파괴 안 되고 보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금으로부터 4천900∼4천500년 전에 고대 이집트에 살았던 사람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본 결과 그 중 20%가 메소포타미아계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각각 고대 청동기 문명이 번창하던 두 지역 사이에 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혈통이 섞일 정도로 밀접한 인적 교류도 있었다는 첫 증거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고대 이집트인의 전체 인간유전체서열(full human genome sequence) 분석에 사상 최초로 성공한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분석 대상 시료는 1902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65㎞ 떨어진 누와이라트에서 발견된 남성 유해의 치아에서 추출됐다.
유해는 암반을 깎아 만들어진 무덤 속에 놓인 커다란 도기에 들어 있었으며, 미라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남성이 살았던 시기는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에 따른 연대추정 결과 대략 기원전 2855년에서 기원전 2570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대 이집트 통일(대략 기원전 3150년) 이후 초기왕조시대(기원전 3150년께∼2686년께, 제1∼2왕조) 또는 '피라미드의 시대'로 알려진 고왕국시대(기원전 2686년께∼2181년께, 제3∼6왕조)에 해당한다.
암반을 깎아 만든 무덤 속에 도기를 넣고 그 안에 유해를 넣은 매장 방식은 초기왕조시대나 고왕국시대 멤피스 근방 왕족 무덤들에서 발견된 바와 같아, 유해의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추정 결과와 부합했다.
분석 결과 이 남성의 DNA 중 80%는 이집트나 모로코 등 당시 북아프리카 쪽 혈통이었으나, 나머지 20%는 그로부터 약 1천500㎞ 떨어진 현재 이라크에 해당하는 '비옥한 초승달' 동부의 메소포타미아 쪽 혈통인 것으로 나왔다.
현재 이라크 남부와 중부에 해당하는 남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현한 수메르 문명은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문명이며, 대략 기원전 5500년부터 1800년까지 번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남성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갈색이었고 피부색은 짙거나 검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뼈 상태와 치아의 화학성분 분석 등을 통해 이 남성이 이집트 나일 계곡의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성장했으며 동물성 단백질과 밀·보리 등을 함께 섭취한 잡식성 식단을 섭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뼈에 나타난 관절염의 흔적과 심하게 닳은 치아 상태 등으로 보아 이 남성은 사망 당시 44∼64세였던 것으로 보이며, 60대였을 공산이 크다.
살아 있을 때 키는 157.4∼160.5㎝로 추정됐다.
뼈 상태로 추정되는 근육 발달 상태와 부위로 보아 도기를 만드는 도예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네이처 논문의 공동교신저자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소속 유전학자 폰투스 스코글룬드는 당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에 '유전자의 혼합'이 있었다는 증거는 이번 연구 결과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지역에서 문자가 대략 동시에 등장하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벽돌로 만들어진 높은 계단식 탑)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문명 교류뿐만 아니라 혈통이 섞일 정도로 밀접한 인적 교류까지 있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고대 이집트인의 전체 DNA 서열 분석은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이번 연구 전까지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부분적 분석 결과만 나왔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미라로 보존된 유해에서 시료를 채취할 경우 미라로 만드는 과정에서 쓰인 독한 화학물질 탓에 DNA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imhwaso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