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10월 19일 국립제주박물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곤충학자이자 제주학의 선구자인 석주명(1908∼1950)의 삶과 연구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제주에서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은 4일부터 10월 19일까지 3개월여간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전시에는 석주명의 나비와 제주학 주요 저서, 조선시대 서화가 남계우의 나비 그림, 한국 나비 공예품을 비롯한 96건 106점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석주명은 '나비 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물학자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른 '융복합 학자'였다.
해방 공간에서는 지식인으로서 새로 수립될 국가의 방향성에 관한 다방면의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석주명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두루 접하며 깊이 연구하게 된 계기는 제주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석주명은 1943년 4월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소장으로 부임, 2년 1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렀다.
그동안 제주어 어휘 7천여 개를 수집, 정리하고 16개 마을의 인구를 조사하는 등 제주의 인문사회를 연구했다.
석주명은 자신의 제주도 연구 성과를 '제주도총서'로 발간할 계획을 세워 생전에 '제주도 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 '제주도 문헌집'(1949) 세 권을 발간한 데 이어 '제주도 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 자료집'(1971)의 원고를 집필했다.
'제주도 방언집'은 '제주어'라는 용어로 제주 방언을 주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서적이었고, '제주도의 생명조사서'는 4·3사건 이전 제주 전통 사회의 인구 구성을 규명한 서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번 전시에는 석주명의 제주학 저서인 6권의 '제주도총서' 도서와 '제주도 방언집', '제주도의 생명조사서', '제주도 수필'의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다.
또 한국의 나비를 255종으로 정리하고 212개의 동종이명을 제거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 1939) 등 석주명 나비 연구 성과를 도서와 전자책으로 선보인다.
석주명이 채집 여행에서 사용한 배낭도 제주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숙명여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서화가 남계우(1811∼1890)의 나비 그림 걸작을 모아서 선보인다.
석주명은 '남나비전' 등의 글을 발표해 남계우의 나비 그림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적 생태도(生態圖)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외에도 고려시대부터 전하는 한국의 나비 관련 공예품과 석주명의 연구 성과를 지키고 후대에 전해 준 석주명의 동생 석주선이 재현한 창덕궁 활옷 등을 전시한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석주명 특별전과 연계한 특강도 마련했다.
오는 11일 오후 2시 국립제주박물관 강당에서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8월 11일 오후 2시 '석주명과 정인보의 남다른 그림 읽기'(이재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9월 5일 오후 2시 '나비박사 석주명의 한국산 나비 연구'(문만용 전북대학교 교수), 9월 12일 오후 2시 석주명의 에스페란토 보급 운동(홍성조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비상임이사) 특강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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