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반도체 설계자동화 SW 업체들에 통보…에탄 수출 허가조치도 철회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시작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과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탄의 중국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최근 도입된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을 해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세계 3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시놉시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독일 지멘스 EDA 등에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허가 취득 요건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들 3사는 보도자료 또는 직원들에게 보낸 알림을 통해 중국 고객들에 대한 소프트웨어 및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을 복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상무부의 해제 조치를 확인했다.
앞서 지난 5월 말 미국 상무부는 이들 3사에 중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 3사는 중국 EDA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이 상호 관세와 보복 관세 조치로 분쟁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맞서 미국이 꺼내든 대응 조치 중 하나였다.
미국은 이날 중국에 대한 에탄 수출 규제도 해제했다.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달 업체들에 부과한 에탄 수출 허가 조치를 철회한다고 고지했다.
에탄 수출업체들은 BIS의 이번 조치로 별도의 승인 없이 중국에서 에탄을 직접 하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달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등 미국의 주요 에탄 수출업체들에 서한을 보내 중국행 선박에 에탄을 적재할 수는 있으나 중국 항만에서 이를 하역하려면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 중국에 대한 에탄 수출 장벽을 높였다.
이 조치 이후 미국발 에탄 해외 이송이 급감하고 대형 선박들이 항구에서 발이 묶이거나 대체 행선지로 항로를 바꾸는 등 에탄은 미·중 무역 갈등의 또 다른 전선으로 떠오른 바 있다.
천연가스의 일종으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탄은 미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중국은 필요량의 거의 전부를 미국의 공급에 의존해 왔다.
미국의 시장 분석업체인 보텍사의 서만다 하트케 애널리스트는 "이제 사업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7월에는 미국산 에탄의 중국 수출이 계절적 평균인 하루 24만 배럴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정부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에탄 등의 중국 수출 제한을 해제한 것은 양국이 관세전쟁 '휴전' 이후 불거진 이견을 봉합하는 합의에 지난달 서명한 것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
미중은 지난달 10~11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1차 제네바 무역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를 도출하는 데 합의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합의사항을 구체화한 안에 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중국)은 우리에게 희토류를 공급할 것"이라며 중국이 희토류를 공급하면 "우리는 우리의 맞대응 조치(반도체 관련 일부 수출 통제 조치 등)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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