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최고 인기팀이자 숙명의 라이벌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 2년간 나란히 센트럴리그 정상을 밟았다. 한신은 2023년 리그 우승 후 재팬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같은 간사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팔로즈와 '간사이 더비'에서 이겨 38년 만에 일본 최고가 됐다. 지난 시즌엔 요미우리가 활짝 기지개를 켰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 체제로 팀 분위기를 일신해 1위로 치고 올라갔다. 한신을 2위로 끌어내리고 2년 연속 B클래스(6개팀 중 4~6위) 추락의 굴욕을 씻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리그 3위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돌풍에 막혀 재팬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올해는 한신이 레이스를 주도한다. 막 반환점을 통과한 2일 현재 한신이 1위(42승2무31패), 요미우리(37승2무37패)가 3위다. 전반기 중반 이후 굳어진 구도다. 마무리 레전드 출신 후지카와 규지 감독이 사령탑 첫해부터 신바람을 낸다.
상대 전적도 한신이 크게 앞선다. 라이벌전에서 '10승4패'를 했다. 지난 4월엔 자이언츠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원정 3연전을 스윕 했다. 4월 4~6일 주말 시리즈를 쓸어 담았다. 요미우리를 충격에 빠트렸다. 절치부심하던 요미우리는 5월 20~22일 고시엔 원정 3연전에서 2승(1패)을 올려 자존심을 세웠다.
퍼시픽리그와 인터리그(교류전)가 끝나고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됐다. 인터리그에서 고전했던 요미우리가 벌떡 일어났다. 지난 주말 요코하마와 3연전을 모두 잡았다. 3경기 연속 영봉승. 인터리그에서 6승1무11패로 부진했는데 리그가 재개되자 달라졌다.
그러나 한신이 요미우리의 반등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2일 한신의 안방 고시엔구장. 양 팀 투수들이 호투했다. 7회까지 0-0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8회말 한신이 균형을 깼다. 2사후 한신 3번 모리시타 유타, 4번 사토 데루아키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요미우리 두 번째 투수 나카가와 고타가 흔들렸다. 두 선수 모두 풀카운트까지 갔다.
2사 1,2루에 몰린 요미우리가 투수를 바꿨다. 우완 다나카 에이토가 교체 투입됐다. 한신 5번 오야마 유스케가 다나카가 던진 초구를 쳤다. 강습 타구가 요미우리 유격수 이즈구치 유타 글러브를 맞고 2루쪽으로 튀었다. 내야 안타. 이때 2루 주자 모리시타가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했다. 요미우리 2루수 요시카와 나오기가 신속하게 홈으로 송구를 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그런데 송구가 원바운드가 되어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모리시타가 포수 가이 다쿠야의 태그를 피해 홈 플레이트를 찍었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신이 요청한 비디오판독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판정이 세이프로 번복된 것이다. 잠시 후 투수 교체를 하면서 아베 감독이 심판에게 판정에 대해 항의를 했다. 심판은 규정에 따라 곧바로 퇴장을 명했다. 일본도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를 용인하지 않는다.
아베 감독이 사령탑 2년차, 219경기 만에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요미우리 감독이 경기 중 퇴장을 당한 게 무려 51년 만이고, 통산 세 번째라고 한다. 아베 감독은 선수 시절 딱 한 번 퇴장을 당했다. 2014년 7월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전이었다. 상대가 한신이라서 더 긴장도가 높았을 것이다.
아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항의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경기를 끝까지 지휘하지 못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모리시타의 홈 쇄도가 한신의 1대0 승리로 이어졌다. 요미우리는 전날 1대2 패배에 이어 2경기 연속 1점차로 졌다. 3연승 후 2연패. 한신과 승차가 5.5경기로 벌어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