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BO와 허구연 총재는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야말로 '체크스윙 불신의 시대'가 돼버렸다.
2025 시즌 KBO리그는 잊을만 하면 체크스윙 사고가 터진다. 야구라는 종목이 체크스윙 판정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칠 수 있는 오심들이 속출하고 있다.
체크스윙 판정, 어려운 영역이다. 팬들과 언론은 느린 중계 화면을 보고, 나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 분노 지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현장에서 찰나의 순간 판정을 해야하는 심판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럽다. 정말 영점 몇 초 만에 지나가는 장면을, 사람의 눈으로 기계같이 정확히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감독들도 그 고충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화는 나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의 오심에 대해서는 참고 넘어가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누가 봐도 스윙인 걸 노스윙으로 판정하고, 누가 봐도 노스윙인 걸 스윙으로 콜하는 사례가 나오면 신뢰가 무너지고 불신이 깊어진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KBO리그는 이미 수차례 누적된 체크스윙 오심 판정으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불쾌지수 높았던 2일 잠실구장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0으로 두산이 살얼음 리드를 하던 7회. 삼성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류지혁의 배트가 나오다 멈췄지만, 3루심은 스윙을 선언해 삼진이 됐다. 류지혁은 얼어붙었고 박진만 감독도 더그아웃 밖에서 어이 없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1점 차이기에, 주자가 출루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류지혁의 방망이는 정말 선상에서 딱 멈췄다. 스윙은 아니지만, 스윙으로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이해하려 노력해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7회말 두산 공격. 김재환의 방망이가 1B2S 상황에서 나왔다. 스윙 후 급하게 방망이를 거둬들였다. 스윙 여부를 논하기 전, 류지혁과 비교하면 확실히 방망이가 더 많이 나왔다. 같은 이닝, 같은 좌타자. 그런데 김재환은 삼진이 아니니, 삼성과 박진만 감독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발생한 체크스윙 논란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 특히 삼성에만 불리한 결론이 났으니, 박 감독의 분노를 모두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산도 억울하다. 자신들이 유리하게 판정을 내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 5월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인호의 체크스윙 오심으로 9회 2사 충격의 동점포를 맞고 하마터면 질 뻔했기 때문이다.
이미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2군에서는 시범 운영중이다. KBO도 제도 도입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내년 시행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즌 중 도입으로 혼란을 자초하느니, 준비를 잘해 내년부터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 10개 구단 단장들의 다수 의견이다. 시즌 중 규정을 바꾸면 형평성 문제도 있고, 완벽하게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이유다.
물론 비디오 판독 도입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주관적 해석의 영역이다. 같은 화면을 보고도 심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경기장 마다 카메라 각도가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장과 심판 사이 상호 신뢰다. 이렇게 믿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경기가 계속된다면, 체크스윙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판정과 승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KBO는 체크스윙 논란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물밑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대로 체크스윙 문제가 곪아버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치달을 수 있다.
KBO와 허구연 총재가 당장 제도를 도입하든, 현장을 진정시키든, 심판들의 집중력을 더욱 높이든 뭐라도 해야하는 상황이 된 듯 하다. 역대 최단 기간 700만명 관중 돌파에 마냥 기뻐하고, 환호만 할 때가 아니다.
후반기 당장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부글부글 끓는 현장의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오심을 최소화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