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카메라 위치로 변명을 삼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2일 잠실 두산-삼전전에서 삼성 박진만 감독의 거센 항의를 부른 7회 논란의 체크 스윙 판정.
마치 타자만 바뀐듯한 데칼코마니 상황이었다. 같은 카메라, 같은 각도, 같은 좌타자, 같은 이닝, 같은 볼 카운트였다.
그 같은 화면상 류지혁의 배트는 덜 나갔고, 김재환의 배트는 더 나갔다.
그런데 3루심의 판정은 정 반대였다. 류지혁은 스윙 삼진, 김재환은 노 스윙이었다.
판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닌 체크 스윙 여부는 볼, 스트라이크 판정과 같다. 어필할 수 없는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주심이 1차로 판단하고, 1,3루심이 2차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 심판이 스윙이라 판단하면 스윙이고, 노 스윙이라고 판단하면 노 스윙이다.
하지만 심판 재량을 존중한다고 해도 이번 상황은 심했다. 누가봐도 명백한 '일관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화면상 배트를 멈춘 듯 보였던 류지혁이 스윙 삼진이었다면, 배트를 멈추지 못하고 선을 넘은 듯 보였던 김재환도 당연히 스윙 삼진이었어야 했다.
7회초 1B2S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배트를 멈춘 류지혁에게 스윙 삼진 콜을 한 판정은 석연치 않았지만, '심판도 사람이다'라는 논리로 한번쯤 넘어갈 수 있었다. 실제 박진만 감독이 흥분해 뛰쳐나올 듯 3루심을 노려봤지만 어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7회말 1B2S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김재환의 배트는 적어도 류지혁보다는 확실하게 더 돌아갔다. 하지만 3루심은 노 스윙 판정을 내렸다.
한번 참았던 박진만 감독이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쏜살 같이 3루심에게 달려가 거센 어필을 시작했다.
한증막 무더위에 풀리지 않는 답답한 경기내용. 불쾌지수 최고조였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논쟁 속 감정이 격해지면서 몸싸움으로 치달을 뻔 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최일언 수석코치가 온 몸으로 박 감독을 막지 않았다면 몸싸움과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슬아슬했던 장면. 오랜 시간의 어필로 경기가 지연되면서 퇴장 조치가 가능했지만, 심판진은 선뜻 박진만 감독에게 경고도, 퇴장도 조치하지 못했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팬들은 "박진만"을 연호하며 사령탑의 '정당한' 어필에 힘을 실었다.
야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1점 차 승부 속 류지혁이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흐름을 타 뒤집을 수 있었을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공정한 판정 속에 승패가 갈려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야 패자가 충분한 납득 속에 돌아설 수 있다.
그것이 야구의 공정과 상식이다. 2일 잠실에서 벌어진 체크 스윙 판정은 체크 스윙 VR 판독 1군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