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ABS(자동볼판정 시스템) 2년차,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세계 유일의 1군리그 ABS 적용 국가다.
구위보다 제구에 약점을 보이던 '파이어볼러'들에겐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외인 복덩이로 떠오른 알렉 감보아다.
감보아는 2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6안타 4사구 4개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달성했다. 선발 6연승이다. 한국 데뷔 이후 첫 경기에서 '폴더인사' 루틴 때문에 3중 도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루틴 수정 후 6경기 연속 승리 행진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2.11까지 끌어내렸다.
감보아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그 해 루키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더블A를 거쳐 2023년부터는 트리플A에서 주로 뛰었다.
다저스 마이너 시절 감보아에 대한 현지 평가는 파이어볼러 그 자체다. 강렬한 하이킥을 이용해 160㎞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질 수 있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갖지 못했다는 평이 뒤따랐다. 9이닝 당 볼넷 수치를 보면 2023년 트리플A에선 6.5개, 더블A에선 4.8개였다. 지난해 3.8개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한국에 오기 직전 다시 5.6개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2.8개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시절 감보아의 이닝당 투구수는 17개를 상회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16개 안팎이다.
킥도 높고, 허리를 뒤로 제쳤다가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 높은 타점에서 찍어던지는 특징, 강렬한 상하 무브먼트, 빠른 구속, 예리하지 못한 변화구 등의 이유로 미국에서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이 좋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ABS로 스트라이크-볼을 체크한다. 투수가 공을 어떻게 던지건, 포수가 온몸을 던져 받건 정해진 존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다. 감보아 입장에서 보면 ABS가 공정하게 판정할 거란 기대 속에 한층 더 자신 있게 전력투구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올해 이민석 홍민기 윤성빈 등 155㎞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들이 롯데에서 대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진 않다.
LG 전에서 감보아는 최고 158㎞ 직구를 던졌다. 롯데 입단 후 개인 최고 구속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감보아의 올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무려 152.8㎞에 달한다. 이는 현재 프로야구에서 뛰는 좌완투수 중 단연 원톱이다. 비슷한 유형인 KT 위즈 헤이수스(149.1㎞)나 두산 베어스 콜어빈(147.8㎞)보다도 압도적이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긴 하지만, 사실상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에 가까운 점도 감보아의 구위에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하는 이유다. 빠른 구속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투수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한국에서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감보아다. "1선발은 압도적인 구위를 가져야한다"는 김태형 감독의 지론 하에 가을야구 그 이상을 바라본 롯데 자이언츠의 과감한 외인 투수 교체는 현재까진 대성공이다. 감보아 입장에서도 한국행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알려준 '축복'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