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숫자의 세계로도 불린다.
순위와 시간, 기록, 수익률 등 다양한 데이터가 얽혀 있다. 물론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희와 스토리도 담겨 있다. 말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전략과 노력, 운이 만나 완성되는 스포츠다. 올 상반기에도 한국 경마에선 여러 스토리가 쓰였다.
두바이에서 韓 경마 자존심 세웠다!
지난 3월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 펼쳐진 알 막툼 클래식(G2, 2000m, 더트)에서 글로벌히트가 김혜선 기수와 호흡을 맞춰 3위에 올라 한국 경마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제패한 글로벌히트는 한 달 간 두바이 현지 적응과 함께 기초적인 출발연습부터 다시 시작하며 차근히 경주를 준비했다. 그 결과 4번 게이트에서 100점짜리 출발을 보여주며 전 세계 유명 경주마들을 제치고 선행에 성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결승선을 400m 남겨둔 지점에서 최고 인기마 임페리얼엠퍼러에게 추월당하고 결승선 직전 아토리우스에게 간발의 코차로 밀려 아쉽게 2위도 넘겨주었지만 킹골드, 카비르칸, 카리브 등 인기마들을 제친, 경주마도 기수도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당당한 3위였다. 한국 경마가 세계 무대 도전 가능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황태자' 문세영, 2000승 달성
3월 29일에는 문세영 기수가 개인 통산 2000승 고지에 올랐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4승을 몰아쳤다. 그동안 2000승 달성은 '경마대통령' 박태종 만이 갖고 있던 기록. '황태자' 문세영이 뒤를 잇게 됐다.
2001년 데뷔한 문세영은 24년 간 9000회가 넘는 경주를 치렀다. 대상 경주 우승만 48차례였고, 최우수 기수상도 9번이나 받았다.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의 발자취는 후배 기수들에게 전설로 기억될 만하다. 문세영은 4월 12일 팬 미팅에서 "2000승은 저의 기록인 동시에 팬 여러분의 기록이기도 하다. 경마팬분들의 응원과 질책 모두 감사드린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빈체로카발로, 스프린터 삼관…단거리 최강마 등극
빈체로카발로가 한국경마 최초로 '스프린터 시리즈' 삼관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3월 부산일보배, 4월 SBS스포츠 스프린트, 5월 서울마주협회장배 세 번의 경주를 모두 우승함으로써 단거리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추입이 일품이었다.
국내산마인 빈체로카발로의 선전은 외산 단거리마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한국 단거리 무대에 중요한 이정표다. 경매가 3000만원임에도 수득 상금 1억4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육성 시스템의 힘을 증명했다. 빈체로카발로를 관리 중인 서인석 조교사는 "늘 달리려는 의욕이 넘치는 말"이라고 평했다.
이종훈 마주 300승 달성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이종훈 마주는 지난달 15일 한국경마 최초 마주 300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마주의 100승은 기수나 조교사의 100승과 달리 절대적으로 희소하며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마주의 100승은 기수와 조교사의 700승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종훈 마주의 300승은 2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 경마와 함께하며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맺은 땀의 결실이다
이종훈 마주는 2005년 데뷔해 총 17차례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벌마의꿈, 벌마의스타, 오아시스블루 등 명마들이 이종훈 마주의 품에서 탄생했다. 이종훈 마주가 지금까지 보유한 경주마와 이를 통해 경주에 출전한 횟수는 여타 마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종훈 마주는 현재까지 총 186두의 경주마를 보유했는데, 이는 서울-부경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경주마를 보유한 김창식 마주와도 39두의 차이가 난다. 이종훈 마주는 "경마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는 날까지, 더 나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을 공급하고 경마 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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