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네가? 갑자기 이걸 왜?" 안정환 한국대학축구연맹 유니브 프로(UNIV PRO) 총괄 디렉터의 솔직한 소감에 현장은 웃음 바다가 됐다. 안정환 디렉터는 3일 강원 태백의 한 호텔에서 열린 유니브 프로 총괄 디렉터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축구 리브랜딩과 엘리트 선수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축에 앞장설 예정이다.
안 디렉터는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선수 은퇴 뒤엔 방송 쪽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가 축구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현장을 살피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대학축구를 위해 힘을 쏟게 된 안 디렉터는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기보다 '네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이 들린다. 순수한 마음에 하고 싶어서 했다"며 "대학축구까지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축구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도 대학을 통해 운동하고 프로에 진출했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꿀 수는 없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현재 대학축구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출신인 안정환은 1998년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로 프로 입단했다. 이후 페루자(이탈리아), 메스(프랑스), 뒤스부르크(독일), 시미즈, 요코하마 마리노스(이상 일본) 등에서 뛰었고, 마무리는 다롄 스더(중국)에서 했다. A대표로 2002년, 2006년, 2010년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다.
새 도전에 나선 안 디렉터를 위해 '절친'이 출동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2일 울산 HD와의 코리아컵 경기를 마친 뒤 태백으로 향했다. 이 감독은 안 디렉터 취임식에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안정환과 아주대-대우 로얄즈에서 함께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합작했던 김남일 전 성남FC 감독도 안 디렉터를 위해 태백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디렉터는 "이정효 감독 등에게 앞으로 많이 물어야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부탁을 해서 많이 빼먹어야 한다. 조언을 구하기 보다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안 디렉터는 "디렉터를 맡고 조사하고 자문을 많이 얻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대학축구가) 굉장히 열악하다. 개인적으로는 유망주는 프로를 먼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대학을 와서 그 이후의 프로 진출, 진로 문제에서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청춘'으로 봐주면 좋겠다.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주고 그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 없는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다. 국가대표, 프로리그가 잘 되기 위해선 그 바로 밑에 있는 대학축구가 중요하다"며 "공약을 떠들어봤자 소용 없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됐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봤을 때 얘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 디렉터는 취임식이 끝나고 바로 한남대와 순복음총회의 제61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태백산기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현장으로 달려갔다. 안 디렉터의 합류에 대학축구 내부에선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박한동 대학축구연맹 회장은 "멋진 팀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두 모였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호 칼빈대 감독은 "안 디렉터가 흔쾌히 수락해주고 (우리와)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 해도 벌써 홍보가 많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태백=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