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서울고 김동수 감독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성남고와의 2회전 경기에서 8대5로 승리했지만 웃지 못했다.
0-5로 밀리던 경기를 뒤집었다. 더구나 상대는 황금사자기 우승팀, 우승 후보 성남고였다. 매우 기뻐야할 상황. 왜 웃지 못했을까.
김 감독은 중요한 성남고전을 하루 앞두고 비보를 접해야 했다. LG 트윈스의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의 별세 소식. 올시즌 LG의 개막전 시구도 할 정도로 건강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폐쪽 질환에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김 감독에게는 특별한 은사다. 1990년 LG에 입단해 백인천 감독과 신인 시즌 첫 우승을 맛봤고, 이어 1994년 이 감독과 한 번 더 정상에 올랐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감독과의 첫 시즌 김 감독은 LG 주전포수로 20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스타 군단 LG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한 명이 김 감독이었고, 고인이 된 이 감독의 품에서 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냈다.
김 감독은 이 감독의 별세 소식을 들었지만, 당장 잡힌 중요한 경기 스케줄로 인해 빈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감독의 빈소는 치료를 받던 제주도에 마련됐기 때문. 발인이 4일 아침이라,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김 감독은 멀리서나마 추모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성남고전을 마치고 만난 김 감독은 "어제 밤부터 마음이 안 좋았다. 나에게는 정말 각별한 분이다. 옛날 기억이 많이 난다. 가끔 연락을 드렸는데, 더 자주 연락드릴 걸 그랬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이어 "백인천 감독님도, 이 감독님도 많이 딱딱했던 야구팀 분위기와 다르게 선수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선진 시스템을 많이 도입하셨다. 기술 훈련은 코치님들과 한다고 하면 이 감독님은 내게 프로 선수로서, 포수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늘 가르쳐주셨다. 그 덕에 오래 선수로, 지도자로 활약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