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 본능적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다리를 찢었다."
KIA 타이거즈 1루수 오선우와 유격수 박찬호가 환상적인 수비로 팀 승리를 지켰다. KIA는 3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서 3대2로 신승했다. 4위 KIA는 시즌 성적 43승36패3무를 기록, 공동 2위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와 1.5경기차다.
KIA는 2-2로 맞선 7회말 힘겹게 리드를 잡았다. 7회말 선두타자 김호령이 유격수 오른쪽 내야안타로 물꼬를 텄고,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김규성은 볼넷. 고종욱은 1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박시후에게 중전 적시타를 뺏어 3-2로 앞서 나갔다.
8회초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박찬호와 오선우의 호수비가 나왔다. 선두타자 오태곤의 타구가 3루수 쪽 깊은 곳으로 향했는데, 유격수 박찬호가 포기하지 않고 공을 잡은 뒤 먼 거리에서 1루로 송구했다. 1루수 오선우는 다리를 최대한 찢어서 포구해 유격수 땅볼로 연결했다. 두 선수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면 선두타자를 내보내면서 위기에 놓일 뻔했다. 이 고비를 넘긴 덕분에 KIA는 1점차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박찬호는 "진짜 솔직히 엉겁결에 한 수비였다. 그냥 공도 제대로 안 잡혀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던졌는데, 그걸 또 (오)선우가 잡아줬다. 다리를 쫙 찢어가지고, 우리 선우 너무 잘한다. 우리 예쁜 선우"라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활짝 웃었다.
오선우는 "오늘(3일) 경기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공을 놓치거나 세이프가 됐다면 선두타자 출루 이후 중심 타선이었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됐을 것이다. 송구를 발을 베이스에서 떼서 안전하게 잡을지, 발을 떼지 않고 승부를 볼지 고민을 했다.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 본능적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다리를 찢었다.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고, 처리를 해내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다리를 그렇게 찢을 수 있었을까. 특급 1루수들도 이 정도로 다리를 잘 찢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1루수로 뛰던 최지민이 다리를 찢어 공을 받는 동작을 자주 해 눈길을 끌었다.
오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유연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칭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천천히 다리를 찢으라고 한다면 찢지 못한다. 경기에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찢어진 것 같고,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고 했다.
KIA는 4일부터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3위 결정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KIA는 4일 선발투수로 열흘을 푹 쉬고 돌아온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내세운다.
임시 주장 박찬호는 "사실 다 똑같은 경기"라면서도 "아무래도 우리가 좀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순위 싸움을 그렇게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무래도 조금 더 선수들끼리 긴장감이 조성되고, 파이팅이 더 끓어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선우는 "내일(4일)부터 3위 싸움에 중요한 롯데전을 앞두고 있다. 롯데에 강했던 기억이 있어서 최대한 집중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 주말 시리즈가 끝났을 때 팀이 3위에 있었으면 좋겠고, 전반기가 끝났을 때 최대한 높은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