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결과로 보여주지 않나. 확실히 다르다. 역시 승부사라는 생각이 든다(한화 이글스 노시환)."
1위팀 감독의 존재감일까. 김경문식 '믿음'의 야구가 제대로 통했다.
한화 이글스는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에서 9회초 터진 노시환의 결승 홈런으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폰세는 7이닝 5안타 1실점,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1회 첫 위기 때 점수를 내준 점이 아쉬운 포인트.
하지만 한화도 알칸타라가 완전히 컨디션이 올라오기전인 3회 1점을 만회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 과정에선 '50억 유격수' 심우준이 빛났다. 심우준은 이날 기민한 발놀림으로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한편, 첫 타석이던 3회 좌중간 2루타로 1사 2,3루를 만들며 후속 이진영의 1타점 적시타로 이어지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후 7회까진 한화 폰세와 키움 알칸타라, 두 외인 에이스의 '쇼타임'이었다. 역사는 그 후에 만들어졌다.
키움은 조영건, 한화는 김범수 김종수가 8회를 마쳤다.
9회 마무리 원종현을 투입할만 했던 상황. 하지만 키움은 한번 더 참았다. 순위싸움이 급한 입장이 아닌 만큼, 조영건을 좀더 끌고 갔다.
그게 패착이 됐다. 몸쪽 존에서 살짝 벗어난 145㎞ 직구를 노시환이 통타,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포로 연결했다.
그리고 마무리 김서현이 최고 155㎞ 직구를 펑펑 꽂으며 깔끔하게 9회말을 마무리지었다. 전날 연장 10회초 몸에맞는볼을 시작으로 3연속 볼넷으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전사의 심장을 되찾은 김서현은 직구와 슬라이더로 거침없이 타자들의 존을 파고들었고, 이주형과 주성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전 만난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전날밤 11시 10분까지 이어진 4시간 40분 연장 혈투로 인해 다소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 그래도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전 연습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날카로운 눈빛도 여전했다.
그는 노시환의 6번 기용에 대해 "편하게 치라고 6번으로 내렸다"며 미소지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이어 김서현에 대한 질문에도 "올시즌에 90% 이상 막아주고 있는데, 어제 한경기만으로 뭐라 할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올해 프로 3년차,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말많은 1~2년차를 보냈지만, 올해 전반기만에 20세이브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나비가 된 김서현이다. 블론세이브도 단 2번뿐, 사령탑의 확고한 신뢰를 받을 가치가 있다.
67세 노감독의 신뢰는 이날 승리로 멋지게 보답받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결승포의 주인공 노시환은 "(김경문)감독님은 확실히 다른데가 있으시다. 특히 승부수를 던지는 타이밍이 남다르다. 4회, 5회에도 대주자를 쓰실 때가 있는데, 그게 또 적중을 하니까. 무엇보다 결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