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IA 타이거즈가 확실히 달라졌다. 시즌 초와는 다른 팀이다."
KIA는 현재 치열하게 상위권 순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2위까지 올라갔다가 이튿날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패하면서 다시 4위가 됐지만, 여전히 사정권 내다. 1위 한화 이글스와는 4경기 차, 하지만 공동 2위인 롯데-LG와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챙긴 KIA는 6월 이후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 됐다. 6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19승2무9패 승률 0.679로 리그 1위다. 한화, 롯데보다도 성적이 좋다. 5월말 8위까지 떨어졌던 팀 순위는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게 6월 이후 대약진 덕분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시즌 전 주전으로 분류되지 못했던 선수들의 대단한 활약이다. 최근 KIA 경기를 보면, 최형우나 양현종, 제임스 네일 등 핵심 선수들이 잘 풀어주는 것도 크지만 오선우, 김호령, 고종욱, 성영탁, 김석환 등 1.5군, 백업, 2군 멤버로 분류됐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면서 대반전을 일궈내고 있다.
'반짝'이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김도영을 비롯한 나성범, 김선빈, 곽도규, 황동하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KIA는 강제로 2군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기회를 선수들이 잡았다. '부상 선수들이 언제 돌아오나' 오매불망 기다리고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선수들이 새로운 타이거즈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더라도, 지금 잘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팀의 뎁스가 더욱 탄탄해지는 기반이 됐다.
상대팀 감독들도 KIA의 달라진 힘을 느낀다. 지난해 MVP 김도영이 없어도, 다른 부상 선수들이 빠져도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는 분위기다.
지난주 광주 원정에서 KIA에 1승2패를 한 SSG 랜더스. 지난해 SSG는 '우승팀'이었던 KIA에 10승6패로 강한 팀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4승1무5패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붙어보니까 힘이 생겼다. 작년 같았으면 우리가 가져갈 수 있었던 경기 흐름도 KIA가 딱딱 따라붙어서 이기는 것을 보고 확실히 좀 세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히 오선우를 콕 찝었다.
1루수 출신이라 더더욱 오선우를 눈여겨 본 이 감독은 "지금 KIA에서는 오선우가 '키'다. 점점 성장하더라. 수비도 괜찮고, 방망이도 소질이 있다. 변화구 따라가는거 보니까 더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팀 감독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재능을 갖춘 타자라는 뜻이다.
KIA에게 추격을 받고있는 입장인 한화 김경문 감독 역시 지난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브리핑 시간에 "KIA가 너무 잘하고 있더라. 지금 부상 선수가 많은데, 그 뒤에 나온 선수들이 절실함에서 나오는 노력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그 팀이 점점 힘이 붙어가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범호 감독이 내다보는 승부처는 결국 8월이다. 나성범, 김선빈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해 좀 더 강한 전력으로 싸워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사이 성장한 선수들이 또다른 핵심 자원이 돼서 후반기 반등을 이끌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KIA는 8일부터 대전에서 한화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펼친다. 4경기 차 1위와의 맞대결. 2위, 3위, 4위 어느 순위로 전반기를 마치느냐가 걸려있는 3연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