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눈과 하체다. 거기에 수싸움에 능해지니..."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너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제자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겨우 2살인 야구 선-후배 사이. 하지만 한 사람이 감독직에 오르고, 통합 우승까지 이끈 가운데 한 사람은 여전히 선수다. 그냥 선수가 아니라, 나이가 42세인데 팀에 없어서는 안될 4번타자다.
최형우는 올시즌을 마치면 FA 재자격을 얻는데, 나이로만 따지면 진즉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거의 재계약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7일 기준 타율 3할2푼6리 14홈런 55타점. 최형우가 없는 KIA 타선은 아직 상상불가다. 더군다나 올시즌은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나왔다. 최형우마저 빠졌다면 팀이 크게 휘청일 뻔 했지만, '금강불괴' 모드의 최형우가 홀로 소나무처럼 버텨줬기에 KIA가 최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 감독은 변하지 않는 최형우의 활약에 대해 "일단 눈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동체시력 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거기서만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오히려 몸은, 매일같이 하는게 있으니 자기도 모르게 반응을 한다. 중요한 건 눈이 공을 따라갸느냐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하체. 공을 봤더라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하더라도 하체가 기반이 돼 버텨주지 못하면 다 무용지물. 최형우의 하체는 젊을 때나, 지금이나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나도 38세 시즌에 25홈런(2017 시즌)을 쳤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하체가 버텨줬으니, 그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으면, 수싸움과 노림수 등은 훨씬 좋아진다. '이 타이밍에 이 공이 오겠구나'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몸상태만 괜찮다면, 오히려 나이 먹고 타격이 더 잘될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감독이 최형우 칭찬을 한 날, 생각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3회 최형우가 1루에서 3루까지 전력 질주를 한 후 교체된 것. 최형우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위에 타이트함을 느꼈다. 웬만하면 다쳤다거나,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 최형우가 먼저 사인을 보냈으니 KIA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이제 나성범, 김선빈, 이의리 등 부상 선수들이 후반기에 맞춰 돌아오려 하는데 혹시라도 최형우가 빠져버린다면 KIA 입장에서는 김이 샐 수밖에 없다. '금강불괴'답게 별 거 아닌 일이라고, 곧바로 털어내고 바로 복귀할 수 있을까.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