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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식 주루'에 당황한 LG 내아진, 배정대 센스 플레이 금지할 필요가 있을까[무로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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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이치로식 주루' 로 알려진 플레이를 KBO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6월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LG 트윈스전. 6회말 2사 만루에서 KT 2번타자 김민혁의 타구가 2-유 간 깊은 위치의 땅볼이 됐다.

LG의 2루수 신민재는 타구를 잡고 2루 베이스상에서 기다리는 유격수에 글러브 토스. 2루 포스아웃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 1루주자는 2루베이스에 슬라이딩을 하고 플레이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때 1루주자 배정대는 슬라이딩 없이 2루베이스를 밟고, 멈춤 없이 3루 방향으로 향했다.

이 플레이는 비디오 판독 결과 2루에서 포스 아웃이 됐지만 만약에 세이프였다면 이 후 일어나는 런다운 플레이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해 득점이 인정될 수 있었다. '2루베이스에는 슬라이딩 보다 뛰고 지나가는(오버런 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생각이 그 주루의 배경이었다.

'센스 있는 배정대의 주루' 라고 말할 수 있었던 해당 플레이는 미리 준비된 것이었다. 경기는 6회초가 끝난 뒤 비로 경기가 95분 간 중단된 뒤 비가 그쳐서 재개한 상황이었다.

배정대는 "그 때 비 때문에 땅 상태가 안 좋아서 최만호 코치님께 주자로 나갔을 경우 슬라이딩 없이 베이스를 지나가는 부분을 미리 상의했습니다. 오케이를 받아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만호 3루 베이스코치는 "예전부터 2사에 3루 주자가 있고 한 점이 필요할 때 1루주자가 슬라이딩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에 선수와 대화를 나눠 왔습니다"라고 했다.일본에서는 전 메이저리거 이치로가 2020년에 지벤와카야마고등학교 야구부를 지도할 당시 "저는 해본 적이 없지만 2루 베이스에는 슬라이딩보다 지나가는 것이 빠른 것 같다" 고 어드바이스 했다. 실제 지벤와카야마고는 2021년 지역대회 결승전의 8회에 그 주루를 성공, 귀중한 추가점을 얻으며 대회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KBO리그에서는 KT 뿐이 아니고 다른 구단도 그 주루에 대해 코치와 선수사이에 의견 교환하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코치는 "우리는 2,3년 전부터 그런 상황이면 슬라이딩 없이 2루베이스를 지나가도 된다고 선수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라이온즈의 이종욱 코치는 "우리는 정석적으로 슬라이딩을 하자는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구단 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그 주루는 일종의 '트릭 플레이'라서 꼭 그런 주루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배정대의 주루플레이 때 중계를 맡았던 이대형 해설위원이 중요한 말을 했다. "이 플레이는 올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못 하게 됐습니다."

MLB에서는 작년까지 그 주루가 몇 차례 있었는데 2025년의 규칙 개정으로 금지됐다. 배정대와 각 구단의 코치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코치는 "그 주루는 수비방해나 충돌방지와 상관 없는데 MLB에서 금지된 이유를 제 개인적으로는 잘 모릅니다" 라고 말했다. 금지 이유가 있다면 '다른 주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아웃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한 불필요한 주루', '경기시간 단축을 저해하는 행위' 라는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MLB에서 새로운 규칙이 생기면 KBO나 NPB(일본) 는 이듬 해부터 도입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런데 그 주루 플레이가 KBO리그에서도 제한이 필요할지 '센스 있는 두뇌 플레이' 로 있어도 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