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이 전반기를 마쳤다.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전반기를 완주하는 책임감을 보여줬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양현종은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77구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에 그쳐 시즌 5패(5승)째를 떠안았다. KIA는 4대7로 역전패해 3연패에 빠졌다.
양현종은 3-0으로 앞선 4회말 5실점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1사 만루 위기에서 이진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2사 1, 3루에서는 최재훈에게 역전 3점포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한번 쉬어 갈 타이밍을 놓치긴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와 전반기 마지막 6연전을 승부처로 보고 일찍이 선발투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제일 먼저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아담 올러는 던지는 팔이 묵직한 증상이 열흘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아 일찍 전반기를 마쳤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빠진 상황에서 양현종까지 휴식을 주긴 무리였다.
양현종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18경기에서 5승5패, 93⅔이닝,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4명 가운데 22위에 그쳤다. 양현종에게는 너무 낯선 성적. 그가 올해 얼마나 힘겹게 전반기를 버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와중에도 이닝 부문에서는 리그 18위에 오르며 선발투수의 책임을 다하려 했다.
양현종은 9일 한화전에 앞선 3경기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 감독의 처음 구상대로 올러가 한화와 3연전에 맞춰서 팔을 회복하고 돌아왔다면, 양현종에게 더 일찍 휴식을 줄 수도 있었다. 올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결국 한번 더 양현종이 마운드에 선 게 선수와 팀 모두 원치 않았던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치르기 전부터 양현종의 이닝을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KBO 역대 최초로 10년 연속 170이닝 대기록을 달성했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이 양현종의 몸에는 엄청난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이 올해 유독 관리를 강조했던 이유고, 실제로 마운드 위에서 힘에 부치는 게 보였다.
양현종은 2007년 데뷔해 통산 2597⅓이닝을 던졌다. 현역 투수 가운데 1위고, 역대 1위 송진우(3003이닝) 바로 다음이다.
올해 11년 연속 170이닝 대기록은 힘들 전망이다. KIA는 전반기를 마치면 시즌 56경기를 남겨두게 되는데, 이 감독은 양현종이 올스타 휴식기부터 후반기 초반까지 푹 쉴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팔꿈치 재활을 마친 좌완 에이스 이의리가 복귀하는 만큼 그동안 고생한 양현종에게 더 길게 휴식을 부여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면 양현종은 후반기에 9번에서 많으면 10번 정도 선발 등판할 수 있다. 10번 등판을 기준으로 꾸준히 전부 6이닝을 던져도 153⅔이닝에 그친다. 산술적으로 대기록 도전은 쉽지 않지만, 뒤늦게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양현종은 KIA의 2년 연속 우승을 위해 계속해서 마운드에서 책임감을 보여줄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