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대한민국 여자축구 레전드' 지소연은 대표팀의 미래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A대표팀(FIFA랭킹 21위)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5년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FIFA 17위)과의 1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열세를 이겨낸 성과였다. 한국 여자축구는 그간 중국에 크게 고전했다. 중국과의 상대 전적은 4승9무29패, 2015년 8월 1일 동아시안컵 1대0 승리 이후 무려 10년 동안이나 승리의 기억이 없다. 해당 기간 11경기에서 4무7패였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11월1일 파리올림픽 아시아 2차예선에서 1대1로 비기며 간절했던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했다. 뛰어난 활동량과 함께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다만 득점이 쉽게 터지지 않으며 중국을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전반 초반 실점 후 장슬기의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에 실점한 이후에는 추가시간까지 동점골이 터지지 않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에이스' 지소연이 팀을 구했다. 종료 직전 지소연의 중거리 슛이 중국 골망을 흔들며 극적인 무승부에 성공했다.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음에도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지소연은 "오늘 전반에 찬스가 좀 있었다. 살렸으면 쉬운 경기가 될 수 있었는데, 후반에도 실점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랑 힘든 경기를 했다. 지고 있다가 동점까지 만들어서 지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A매치 경험을 많이 하면서, 많이 성장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최고 기온 36도에 육박한 날씨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였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의 질주를 후반 막판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지소연은 "한국에서 여름에 진짜 오랜만에 뛴다. LA도 덥고, 뉴욕도 더운데, 한국은 더 무더운 것 같다. 오늘 경기 뛰고 또 놀랐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어주기 때문에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본다. 90분 내내 압박할 수 없는 날씨다. 오후 8시임에도 굉장히 습해서 숨도 잘 안 쉬어지는 상황에서 더 압박하려고 했지만, 체력적으로 그러지는 못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A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세대교체다. 이미 30대 중반에 들어선 지소연을 비롯해 대표팀 장슬기, 이영주, 최유리 등 주축 선수들 전부 아직은 전성기이지만, 언제 끝나도 어색하지 않은 시점이 다가올 수 있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시급하다. 신상우 감독도 부임 이후 세대교체를 위해 어린 선수들을 적극 발탁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 명단에만 4명의 2000년대생을 포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소연은 "솔직히 말하면 개인 기량이 더 많이 올라와야 한다"며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이 들어왔다. 아직은 조금 차이가 많이 있다. 그 차이를 줄여가는 것을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는 어린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기에 성장해서 대표팀에 돌아오면 더 강해질 것이다"고 했다.
이어 "내가 누구보다 대표팀에서 경험이 많다. 그래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려고 한다. 무조건 해외에 나간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훌륭한 선수들이 해외에 많기에 선수들을 보면서 자연적으로 기량이 많이 올라간다. 계속 좋은 얘기들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소연은 지난 2006년 불과 15세의 나이로 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했다. 올해로 벌써 대표팀만 20년째 뛰고 있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며 활약했기에 조금은 버거울 수도 있지만, 지소연의 마음에는 여전히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소연은 "나이가 이제 점점 많이 차고 있다. 내년이면 20년 차, 거의 화석이죠. 너무 오래 있었고, 영광스러운 자리다. 조금이라도 어린 선수들을 많이 끌어올려 주려고 한다.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인 것을 되새겨 주려고 하고 그래야 우리가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내가 아직 몸은 괜찮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소집 때마다 많은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수원=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