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한화 이글스가 전반기 1위를 확정한 가운데 '78억 FA' 엄상백에 대한 고민은 풀지 못했다.
엄상백은 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시즌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엄상백은 3⅓이닝 3실점 승패 없이 물러났다.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2루에 책임주자를 두고 조동욱과 교체됐다. 조동욱이 불을 꺼 자책점이 늘어나지 않았다. 팀도 7대4 역전승을 거둔 덕분에 패전을 면했다.
몸값에 비하면 성적표가 아쉽다. 한화가 1위를 달리는 덕분에 티가 나지 않지만 불안하다. 언제 어떤 승부처에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한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엄상백을 4년 최대 78억원에 영입했다. 엄상백은 올해 15차례 등판해 64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을 기록했다.
물론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점은 다행이다. 한화는 5인 로테이션이 확고하다. 폰세 18회, 와이스 18회, 류현진 15회, 엄상백 15회, 문동주 14회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엄상백은 평균 5이닝도 못 던졌다. 퀄리티스타트도 2회에 불과하다. 5명 중 가장 적다. 불펜 과부하를 초래한다. 9일 경기도 4회부터 불펜이 가동되면서 구원투수 5명이 투입됐다. 전반기 동안 누적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가 0.29 밖에 되지 않는다. 풀타임 환산해도 0.49다. 대체 선발로 5경기에 나온 황준서의 WAR이 이미 0.75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다. 선발투수가 4명이면 충분하다. 엄상백을 중간으로 돌리면 된다. 엄상백은 강한 공을 던진다. 짧은 이닝 힘을 집중해서 투구하면 1~2이닝 정도는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 가능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LG가 외국인투수 에르난데스를 구원으로 변신시켜 재미를 봤다. 에르난데스는 선발에서 다소 불안했으나 가을야구에서 6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엄상백도 KT 시절 가을야구 경험이 적지 않다. 2022년 준플레이오프, 2023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202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던졌다. 선발로는 4경기 15⅔이닝 13실점 3패 부진했다. 구원으로 3경기 3⅔이닝 1실점으로 괜찮았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