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놀라는 게 뭐, 올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아예 '초탈'한 것 같은 느낌. '웃픈' 농담을 하며 애써 자신과 팀을 위로하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었다. 도대체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이 2025 시즌 KIA를 언제까지 괴롭힐 것인가.
KIA는 전반기 막판 희망에 부풀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최하위권까지 처졌다, '함평 타이거즈'들의 대반란으로 2위까지 올라오는 기적을 연출했다.
선두 한화 이글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만 잘 마치면 후반기는 희망 요소들이 가득했다. 당장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했던 나성범, 김선빈의 복귀 확정. 여기에 팔꿈치 수술로 긴 시간 재활을 한 이의리까지 돌아온다. 나성범과 김선빈의 복귀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이의리가 오면 올시즌 부침을 겪고 있는 윤영철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버티면 8월에는 햄스트링을 다친 김도영까지 돌아와 '완전체'가 될 수 있는 KIA였다. 후반기 '1위 탈환' 가능성을 충분히 꿈꿔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8일 한화와의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3회 1루에서 3루까지 전력 질주를 하던 베테랑 최형우가 오른쪽 허벅지를 부여잡은 것. 42세의 나이에도, 다른 후배들이 다쳐서 다 빠진 가운데서도 홀로 버티며 팀 '멱살'을 잡고 버티게 해준 주인공. 최형우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말이 나올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그 최형우가 몸에 불편함을 느끼고 조기 교체가 됐으니, 이 감독 입장에서는 식은 땀이 날 일. 불행 중 다행인 건 큰 부상은 피했다는 것이다. 9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햄스트링 부종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는 쉬어야 한다. 그래도 큰 부상이 아니라는 점은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최형우가 교체되는 순간을 돌이키며 "놀라는 게 한두 번도 아니다. 계속 놀라서…"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 상황이면 선수들이 뛰는게 아니라 걸어다니다가도 부상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너무 많이 고생을 해준 선수여서 마음이 좀 그렇다. 최형우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너무 큰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기 결장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당장 한화 3연전을 제대로 뛰지 못하는 여파는 컸다. 최형우가 없어 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KIA는 3연전 첫 두 경기를 모두 패했다. 한화와의 승차가 6경기까지 벌어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 감독은 "최형우가 많이 뛰었다. 나이가 들어 다쳤다, 그런 것 같았으면 진작 다쳤을 것이다. 최형우가 본인이 다 해결을 해야하고 하니, 혼자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쓰럽다는 반응을 계속해서 보였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