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타고난 기질이 달라! 연장전 지배한 불꽃남자…'1군 한달차' 독립리그 출신, 23세 내야수가 이렇게 과감하다니 [부산포커스]

by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벤치도, 팬도 손을 모아쥐고 간절해지는 시간, 연장전 칼끝 승부에도 떨지 않는 남자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박찬형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5월 15일에 롯데 입단이 확정됐고, 육성선수로 유니폼을 입었다.

빠르게 '자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달만에 정식 선수 등록이 결정됐고, 6월 18일 1군에 처음으로 승격됐다.

'불꽃야구'에서 인정받은 재능은 프로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눅드는 모습 없이 자신감이 넘친다. 흔히 쓰는 말로 '기질'이 다르다.

약 한달 사이 선발출전만 8경기, 포지션도 2루(28⅓이닝) 3루(35이닝) 유격수(13이닝)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한다.

더 놀라운 것은 타격이다. 타율 4할(40타수 16안타) 5타점, 홈런과 3루타를 하나씩 기록했고, 어느덧 김태형 감독의 신임을 얻어 테이블세터 임무까지 부여받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엄청나다. 9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 끝내기 안타의 영웅은 이호준, 마운드를 지켜낸 승리투수는 심재민이었지만, 승리의 과정을 이끈 선수는 박찬형이었다.

첫 타석에서 볼넷, 2번째 타석에서 3루쪽 내야안타를 치며 1득점 1타점을 올렸다.

이후 3타석에선 침묵했지만, 박찬형의 '간덩어리'는 승부가 갈린 연장 11회에 더욱 빛났다.

정규 이닝 동안 앞서가던 롯데는 필승조를 모두 소모했다. 마무리 김원중은 이틀째 어깨 통증으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 마운드는 올시즌 첫 1군 등판을 소화한 베테랑 심재민이 책임졌다.

반면 두산은 불펜에 여유가 있었다. 9회 5경기 연속 등판한 김택연이 블론을 기록했지만, 10회는 이영하, 11회에는 박치국이 각각 등판할 정도. 그만큼 심리적인 면에선 두산이 우위에 있었다.

'심리적 우위'란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조급하게 쫓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될 일도 안된다. 반면 스스로를 믿고 자신있게 행동하면 안될 일도 된다.

박찬형이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연장 11회초, 두산은 첫 타자 박준순이 유격수 쪽 깊은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롯데로선 흐름상 절대적인 위기였다.

다음타자 박계범은 희생번트를 택했다. 투수 앞으로 원바운드 되며 튀어오른 번트 타구.

박찬형의 판단은 신속했다. 망설임 없이 정면으로 대시, 공을 잡자마자 2루로 공을 뿌렸다. 세기를 완전히 죽인 번트는 아니었지만, 3루쪽이 아니라 투수 앞쪽이라 주자의 움직임을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1루주자 박준순도 스피드가 있는 편.

하지만 박찬형에겐 확신이 있었다. 송구마저 빠르고 강하고 정확했다. 그대로 선행주자 아웃, 하마터면 타자 박계범까지 병살이 될 뻔한 완벽한 수비였다.

다음 타자 강승호의 타구는 3루쪽 땅볼. 특별히 빠르지도 않았고, 빗맞은 타구라 바운드 처리도 애매했다. 3루 베이스 바로 앞쪽이라 수비수의 스텝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찬형은 앞으로 대시해 공을 잡자마자 바로 2루로 뿌렸다. 연장전의 긴장감, 혹시라도 올 세이프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따윈 추호도 없었다. 박계범은 온몸을 던진 슬라이딩에도 아슬아슬하게 아웃됐다.

경기 후 박찬형은 "첫번째 번트 수비 상황은 원바운드로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2루 승부를 해야겠다는 순간 판단이 있었다. 공을 잡는 과정에서 (손)성빈이의 2루 콜도 과감한 승부에 도움이 됐다. 경기전 문규현 코치님과 번트 수비 훈련을 하며 조언을 들었던 것 덕분에 몸이 반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두번째 타구 수비 때는 연장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 공을 잡았을 때 1루 주자가 4분의 3정도 와 있었고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스스로의 수비와 송구, 계산에 확실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결국 롯데는 11회초를 실점없이 지켜냈고, 11회말 1사 1,2루에서 터진 2년차 풋내기 이호준의 안타로 기어코 승리를 따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