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말 마지막일 수가 있으니까요."
프로야구 1년 중 가장 큰 축제인 올스타전. 12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이번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 중,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으니 KT 위즈의 베테랑 잠수함 우규민.
우규민은 감독 추천으로 드림 올스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38경기 1승1패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대단히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40세의 나이에 1군 필승조로 활약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여기에 운(?)도 따랐다. KT는 베스트12 선수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감독 추천 선수 할당이 많이 떨어졌다. 6명의 선수가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 무대를 밟게 됐으니, 경쟁이 덜한 상황에서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생애 세 번째 올스타 선발. 처음은 LG 트윈스 시절인 2007년이었다. 당시 마무리로 30세이브 정점을 찍었던 때. 당시 수려한 외모로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유독 올스타와 인연이 없었다. 선발 전환 후 2013년부터 3년 연속 10승을 했는데도, 스타 군단 LG에서 뛰었기에 올스타 출전에 있어서는 불리한 면이 있었다.
두 번째는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21년. 드림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팬 투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베스트12. 우규민은 "그 때 삼성 팀 성적이 좋아서, 팬 투표 몰표를 받았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그 때까지는 선수단 투표 없이 팬 투표 100%로 올스타 베스트12가 선정됐다. 베스트12 12명 중 11명이 삼성 선수였다. 유일한 '비 삼성'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뒤로 하고 한국에 처음 온 추신수(당시 SSG). 또, 삼성 팬심 뿐 아니라 경쟁 선수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규민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은 팬 투표이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올스타전이 취소됐기 때문.
그러니 공식적으로는 세 번째 출전이지만, 실제로는 18년 만에 올스타전 무대에 서게 된 우규민이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누리는 경사다.
힘들게 전반기를 치른 선수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올스타전 참가에 대한 선수별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베스트12로 뽑히면 당연히 참가해야 하지만, 감독 추천으로 선수를 뽑을 때는 이를 거절하는 스타 선수들도 있다. 휴식도 휴식이지만, 베스트12로 뽑히지 못했는데 감독 추천으로 나가는 걸 자존심 상해하는 선수들도 제법 많다. 그러니 최근 올스타전을 보면 감독 추천 선수들은 감독 추천으로라도 올스타전에 가보고 싶은, 첫 출전 선수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 현실이다.
우규민도 나이 들어, 더운 나이에 쉬고 싶지 않았을까. 우규민은 "선수 생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속으로 '정말 가고 싶다' 했는데 감독님께서 추천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내 나름의 의미를 새겨봤다. 2021년에는 그라운드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세 개 구단 소속으로 각각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도 나중에 생각하면 자랑스러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우규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KT와 2년 총액 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빠른 85년생'이니 실제 한국 나이로 42세와 마찬가지인 선수가 무슨 FA냐 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우규민은 투수로서 KBO리그 최초로 3번의 FA 계약을 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례가 있어야, 후배들도 좋은 대우 속에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KT 구단도 우규민이 돈 욕심을 내는게 아닌, 그 의도인 걸 알고 흔쾌히 FA 계약을 해줬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