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뱅상 콩파니 바이에른뮌헨 감독, '레알마드리드 전설' 세르히오 라모스(몬테레이), '용언니' 이용(수원FC) 등과 1986년생 동갑내기인 일본 풀백 전설 나가토모 유토(FC도쿄)가 무려 2년7개월만에 A매치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나가토모는 12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5년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스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과거 이탈리아 명문 인터밀란에서 활약했던 나가토모가 일본 국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건 2022년 12월5일에 열린 카타르월드컵 크로아티아전 이후 950일만.
2008년 국가대표에 데뷔해 38세303일의 나이로 143번째 A매치를 치른 나가토모는 라모스 루이(38세181일)를 넘어 일본 대표팀 통산 최고령 출전 3위로 올라섰다. 1위는 가와모토 타이조(40세106일), 2위는 가와시마 에이지(39세82일)다. 일본 역대 최다 출전 2위 기록을 보유한 나가토모는 1위 엔도 야스히토(152경기)를 9경기차로 추격했다.
나가토모는 경기 전 "정말 긴장된다. 어제는 아드레날린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잠이 들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경기에 집중했다. 오늘 잘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량을 펼쳐보일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엔 "나는 아직 보여줄 게 많다. 사람들은 '나가토모가 스리백 포지션에서 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테지만, 선수로서 인정받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라고 반색했다.
2년 7개월은 제법 긴 시간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에도 뽑혔지만, 후배들에 밀려 출전 기회가 돌아가진 않았다. 나가토모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에도 여러 번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왔다. '나가토모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예선 중에도 나가토모에게 출전에 대한 선택지를 가지며 소집했다. 동아시안컵에서도 직접 뛰면서 팀을 이끌어준다는 대전제 하에 발탁했다"라며 "중국전에서 센터백으로 나서 공중전, 지상전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항상 주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줬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1차전 홍콩전에서 6대1 대승한 일본은 이날 전반 호소야 마오(가시와레이솔), 후반 모치즈키 헨리 히로키(마치다젤비아)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승리했다. 2001년생인 헨리는 나가토모와 15살 차이가 난다.
2전 전승에 득실차 7골이 된 일본은 한국(2승·득실차 5)을 넘어 남자부 선두로 올라섰다. 15일 한국과의 3차전에서 패하지 않으면 대회 2연패 및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홍명보호로선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일전이다.
나가토모는 국대 초년기인 2010년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 출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이 3대1로 승리한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빈 한국 선수로는 이동국 김정우 김보경 박주호 구자철 오범석 이운재 등이 있다. 나가토모는 같은 해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로 유명한 A매치 친선전에도 출전해 0대2 씁쓸한 패배를 당했다. 손흥민의 등장을 알린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에선 박지성 손흥민 등을 상대했고, 2대2 무승부 후 승부차기 승리로 한국에 아픔을 선사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