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중국의 한 60대 여성이 4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온라인 쇼핑에 쏟아붓고, 수령한 택배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 아파트를 임대까지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 여성의 무분별한 소비와 저장 강박은 단순한 쇼핑 습관을 넘어, 노년층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매체 칸칸뉴스와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자딩구에서 혼자 거주 중인 여성 왕 모씨(66)는 수년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수많은 물건들을 열어보지도 않고 집에 쌓아두고 있다. 거실, 침실, 부엌은 물론 소유 중인 지하주차장까지 상자로 가득 찼으며, 최근에는 임대 아파트까지 추가로 빌려 물품을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왕씨의 물건이 넘쳐나면서 이웃들은 악취와 벌레 문제로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했다. 파리와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고, 택배 박스가 천장까지 쌓여 있어 생활공간조차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왕씨는 "돈을 쓰는 것이 기쁨"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특히 "주변 사람들이 돈을 빌리러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예전에 도심에 있던 집을 팔고 지금의 자딩구 아파트를 구입하니까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생길까 봐 일부러 택배 박스를 쌓아두고, 돈을 다 써버리면 그런 부탁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주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물건을 구매했는데 화장품, 건강보조제, 금 장신구 등이 많았다. 그동안 그녀가 지출한 금액은 200만 위안(약 3억 8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택배가 너무 많아 침대에서 잘 수 없다"는 그녀는 자택 외에도 자신이 소유한 지하주차장과 최근 임대한 별도의 아파트 한 채까지 물건 보관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왕씨의 딸은 해외에 살고 있으며, 가족이나 친척과의 왕래도 거의 없다"면서 "왕씨의 가족에게 생활 방식을 개선하도록 도와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2023년 5월 마을자치위원회는 왕씨의 허락을 받고 한차례 집 청소를 실시했지만, 쇼핑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중국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그녀의 행동은 저장 강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단순한 청소나 주변의 설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장기적인 치료와 지지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 여성의 진짜 병은 '외로움'이다", "가족들이 노인을 더 돌봐야 한다", "노인의 쇼핑 중독은 사회가 만든 고립의 결과"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례는 중국 내 급증하는 1인 고령 가구와 디지털 소비 문화의 그림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며, 고령층의 정신 건강 및 디지털 소비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