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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골글 2루수' 출신! 조성환 감독대행, '1.5개월' 초고속 내야 세대교체 → 도대체 어떻게 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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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진이 불과 '한 달 반'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확실한 주전 윤곽이 드러났다. 내야 세대교체가 사실상 끝났다. '골든글러브 2루수' 출신 조성환 감독대행이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어붙인 결과다. 다음 목표는 '불펜'이다.

조성환 대행은 올스타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13일부터 잠실야구장에 출근했다. 13일과 14일 훈련을 지휘하고 15일 하루 쉰다. 16일 잠실에서 훈련 후 인천으로 이동한다. 두산은 17일부터 인천에서 SSG 랜더스와 후반기 첫 4연전 격돌한다.

조성환 대행은 6월 첫째 주부터 황급히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조성환 대행은 1군 붙박이였던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을 2군으로 보내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박준순 김준상 이선우 등 1군 경험이 전무한 신인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라왔다. 수비 실책이나 아쉬운 플레이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타석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조건 어린 선수들을 쓰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가장 핵심이 됐던 선택은 바로 '센터라인' 고정이었다. 다재다능했기 때문에 내야 유틸리티로 활동하던 이유찬과 오명진의 포지션을 유격수와 2루수로 밀어줬다. 이유찬 오명진이 중심을 잡아주자 안정감 속에서 새 얼굴들이 튀어나왔다. 박준순 임종성이 출장 시간을 늘려가면서 1군에 급속도로 적응했다. 두산은 마지막에 KT와 롯데에 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전반기를 마감했다.

조성환 대행이 이유찬과 오명진의 성공을 확신한 이유가 있었다.

조성환 대행은 "(이)유찬이는 스프링캠프 때 유격수 연습만 했다. 유찬이는 이미 준비가 잘 돼 있던 선수다. (오)명진이는 2루 연습을 제일 많이 했다. 3루수 연습을 제일 많이 한 선수가 임종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조성환 대행은 믿었던 것이다.

박준순을 발굴한 배경도 들려줬다. 조성환 대행은 "처음에 박준순 이선우 김준상을 올렸다. 쉬운 타구를 아웃시킬 수 있는 안정감을 확인하려고 했다. 박준순은 2루와 3루가 되겠더라. 그러면 1군에서 백업이 가능하다. 백업으로 2루 3루를 시켜보면 어디에 제일 적합한지 나온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필 주전 3루수였던 임종성이 부상을 당했다. 박준순을 3루에 쓸지, 아니면 오명진을 3루로 보내고 박준순을 그나마 편안한 2루에 쓸지를 결정해야 했다.

조성환 대행은 "솔직히 박준순은 3루 연습이 부족했다. 오명진은 3루도 되지만 2루에서 제일 잘했다. 두 포지션을 적당히 살려야 할지, 3루에서 모험을 할지 고민이었다. 그래도 센터라인은 지켜야 한다고 봤다"며 박준순을 3루로 보냈다.

박준순은 마치 원래 3루수였다는 듯이 핫코너에 연착륙했다. 조성환 대행은 "그게 놀라운 점이다. 적응 기간이 필요할 줄 알았다. 박준순은 마치 자신한테 적응 기간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고마워했다.

내야 교통정리를 마친 조성환 대행의 시선은 이제 불펜으로 향했다. 두산은 김택연이 마무리로 버티고 있지만 전반기에 피로도가 꽤 쌓였다. 박치국 이영하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조성환 대행은 "후반기에는 젊은 불펜 찾기에 들어간다. 최원준을 불펜으로 돌렸다. 피로도가 덜한 선수들 위주로 기용하려고 한다.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 개념을 지키면서 건강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쓸 계획이다. 박신지가 좋아졌고 고효준도 준비가 다시 됐다. 최지강이 합류하고 신인 김한중 선수도 또 눈에 들어왔다. 과부하를 최대한 막겠다"고 예고했다.

두산은 후반기 56경기를 남겼다. 36승 49패 3무승부로 9등이다. 가을야구 마지노선 5위(KT)와 승차 8.5경기다. 산술적으로 뒤집기가 가능하지만 무리해서 승부수를 던질 상황도 아니다.

조성환 대행은 차기 감독 결정이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고 '허슬두'를 조금이나마 되살려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성환 대행은 "이제 두산의 색깔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 끈질기게 달라 붙는 야구가 그동안 두산이 해왔던 야구다. 지금 조금 다시 나오는 것 같은데 더 짙어지면 어떨까. 나는 어차피 하루살이다. 다른 분이 감독으로 오실 수도 있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두산의 색깔을 조금이라도 두산 야구답게 만들고 연속성이 이어지도록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