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얻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리뷰 내용을 보면 특히 2열 좌석이 슬라이딩 뿐아니라리클라이닝이 되는 점과 1열까지 풀폴딩 되는 기능에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쉽게 말해 차박이 가능한 소형 전기차라는 얘기다.
유럽 시장은좁은 도로와 열악한 주차장 상황 등으로 오래 전부터 작은 차인기가 높은 시장이다. 차의 크기가고급감이나 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 용도에 따라차량 크기를 선호하는 실용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수출명은 '인스터(Inster)'다.
캐스퍼의 경우 국내 경차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됐다. 풀라인업을 갖춘 현대차로서는 경차가 없다는 비판을 탈피할 수도 있어 내연기관 캐스퍼를 출시한데 이어 전동화 버전인 캐스퍼 일렉트릭도추가 개발했다.
특징은 국내경차 크기 규정을 넘어서 소형차로 분류된 것이다.경차 혜택을 포기하고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려 소형 SUV 스타일로개발됐다. 경차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지만이 것이 '신의 한수'가 되어 유럽 시장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1열과 2열 레그룸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2열 슬라이딩 기능을 넣으면서 2열 레그룸을 최대로 했을 경우 상급 모델인 기아 EV3나 코나보다 더 긴 레그룸을확보할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 혜택을 잃은 대신 전기차 혜택을 얻었다.
이 점은 유럽에서 더 호응을 얻고 있다. 경쟁 모델들이 키가 큰 사람이 2열에 탑승하면 레그룸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장신인 사람도 1열과 2열에 모두 편하게 탑승이 가능하다.
이렇게 유럽 시장의 반응을 길게 이야기 한 이유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유럽 인기로 인해 국내에서 차량 구입에 우여곡절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2018년 쉐보레 볼트,2024년 현대 아이오닉6 전기차를 구입한 이력이 있다. 2018년 당시엔 국내에서 최초로 400km 전후의 주행이 가능한 전용 전기차 플랫폼 모델인 볼트 EV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직접 구입을 해서 2년간 운행을 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유지비 절감을 몸소 느끼며 전기차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간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재고 부족으로 기본형을 구입하면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와 각종 편의 사양에 아쉬움을 느껴차량을 변경했다.
2024년현대차 아이오닉6 AWD 모델을 구입했다. 첫 번째 전기차 였던 볼트 EV의 옵션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내기 위해 아이오닉6 AWD 모델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와 선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적용된 최상위 트림을 선택했다.
현재 거주하는 곳의 주차장은 예전 기준이 적용돼 주차장폭이 상당히 협소하다. 대형 차량이 나란히 주차하면 도어를 열기 버거울 정도다. 아이오닉 6의 경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이용해 나름대로 편하게 탑승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주차하기 편한 작은 크기, 높은 전비로 인한 유지비 절감, 총 구입 비용이 3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세 번째 전기차 물색에 나섰다.
처음으로 고려한 차량은 기아 레이 EV이다. 위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박스형 차체와 동승석쪽 2열 도어가슬라이딩 방식이라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많았다.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텔레스코픽 스티어링휠부재와 시트의 불편함이다.
시트의 경우 개인의 체형과 운전자세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만족도가 상당히 갈리는 영역이다. 레이 EV는 우선 운전석 시트가 수동인데 높이 조절이 미세하게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텔레스코픽 스티어링휠이 적용되지 않아 편안한 운전 포지션을 잡기가 어려웠다.
시승 내내 여러가지 각도로 시트를 조정했지만 페달을시트에맞추면 스티어링휠이 멀게 위치해 불편했다. 결국 레이 EV의 구입은 포기 했다.
두 번째로 볼트 EUV 중고차 구입도 고려했지만 첫 전기차였던 볼트 EV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구성이라 제외했다. 세 번째로 고려한 차종은 최종적으로 구입하게 된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NCM 배터리를 적용해 레이 EV 대비 주행가능거리가 길다. 레이 EV에는 없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종 선택했다.
문제점은 출고 대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캐스퍼 일렉트릭 사전 계약당시인 24년 7월 경에도 구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당시 납기는 평균 1~2개월이었다. 그런데 25년 6월 구입을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하니 원하는 사양을 주문하면평균 납기는 최소 13개월~최대 22개월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최소 기간인 13개월에 나온다고 해도 1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이렇게 납기가 길어진 이유는 앞서 언급한 유럽 시장의 인기가 한 몫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유럽명 인스터로 수출된다.
인스터의 인기가 급상승한데다 유로 환욜이 좋자 현대차는 생산량의 90% 이상을해외 물량으로 배정했다. 이런 탓에 국내 물량 배정은 한 달에 500~600대 수준에 그치면서 엄청난 인기가 아닌데도 인도가 1년이 넘는 인기(?) 차종이 됐다.
국내 수요는 그보다 훨씬 많은 월 1천대에 육박했다. 결국주문 시 1년 이상이라는 장기 대기가 생겨버린 것이다. 기존 아이오닉6 차량을 급히 매각했던 터라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선택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바 기획전 코너에 불특정한 시점에 차량이 간헐적으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획전에 올라온 차량을 선택하고 계약 및 결제를 진행하면 보통 1~2주 이내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수시로 캐스퍼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획전 코너에서 '새로고침' 버튼 누르기를 무한 반복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마음에 드는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 일이 지나자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출고장 위치 설정에 따라 차량 재고 상황이 다르게 표기 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다시 새로고침 무한 반복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원하는 색상에 옵션이 다수 들어간 차량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꺼림직한 문제도생겼다. 바로 캐스퍼 일렉트릭 오너들이 필수 옵션으로 꼽는 컴포트 옵션이 빠진 차량이었다.
컴포트 옵션의 경우 1열 폴딩, 2열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이 핵심이다.이 기능을 이용해 차박과 간단한 휴식, 그리고 2열 승객의 편의성의 크게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01, 02, 크로스 이렇게 단순하게 3가지 트림으로 나온다.01 트림을 제외하면 상급 트림에는 기본으로 적용될 정도로 캐스퍼 일렉트릭(유럽명 인스터)의 강점을 보여주는 옵션이다.
하지만 기획전 특성상 내장과 외장 색상, 옵션까지 모두를 정확하게 다 원하는 대로 선택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왔다. 결국 과감하게 컴포트 옵션을 제외한 차량으로 구입을 완료했다. 만약 선택권이 있는 상황이라면 가능하면 컴포트 옵션은 추가할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해서 실버매트 외장 색상에 블랙유광 투톤 컬러를 적용한 캐스퍼 일렉트릭을 손에 넣었다.내장은 뉴트로 베이지 색상이다. 검정 내장 차량도 시승했지만 베이지 내장은 작은 실내를 넓게 보이게 할 뿐더러 화사한 색상이 차량의 디자인과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
국내에서 드물게내장 베이지 색상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옵션은 가장 필수인현대스마트 센스1과 파킹 어시스트, 익스테리어 디자인, 컨비니언스 플러스, 하이패스 등이 적용됐다.
세제 혜택 전 총 차량 가격은 3599만원이다. 여기서 전기차 세제혜택 181만원이 적용되고, 전기차 보조금 715만원, 기획전 할인 20만원이 적용돼 실 구입가격은 2683만원이다.
차급을 생각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구입 전 시승과 구입 후 업무를 위해 장시간 운행을 해보니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은 차량이다. 다음 2편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시승 소감과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송문철 에디터 mc.song@c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