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전반기 레이스가 지난 14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가운데 올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에 대기록 하나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거포 5명이 전반기에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양 리그 통합 홈런 1위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38개)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35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2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에우헤니오 수아레즈(31개),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30개)가 그들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명의 선수가 전반기에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적은 없었다.
종전 전반기 30홈런 타자 최다 기록은 4명으로 1998년 한 번 있었다. 그해 마크 맥과이어(37개), 켄 그리피 주니어(35개), 새미 소사(33개), 그랙 본(30개)이 30개 이상을 홈런을 때리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해 나란히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한 시즌 최다 50홈런 타자 기록도 세웠다.
맥과이어가 70홈런을 쳐 당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했고, 그와 시즌 끝까지 홈런왕 경쟁을 벌인 소사는 66홈런으로 마감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56홈런으로 AL 홈런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본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홈런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이후 한 시즌 4명의 50홈런 기록은 한 번 더 나오기는 한다. 2001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73개), 소사(64개),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52개),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57개)가 50홈런 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는 '스테로이드 스캔들'로 얼룩진 시절이다.
이 때문에 올해 롤리, 저지, 오타니, 수아레즈, 슈와버가 전반기 기세를 후반기에도 이어가 나란히 50홈런을 달성한다면 그 가치는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팀 경기수를 기준으로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적용해 계산하면 롤리는 64홈런, 저지는 59홈런, 오타니는 53홈런, 수아레즈는 52홈런, 슈와버는 51홈런을 치게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산술적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홈런왕 타이틀 경쟁이 후반기에는 더욱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중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2023년 투타 겸업 신화를 한창 써내려갈 때도 전반기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올해 세 번째로 전반기에 30홈런을 쳐낸 것이다. 만약 오타니가 수아레즈와 슈와버의 추격을 뿌리치고 NL 홈런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2023년(44개)과 지난해(54개)에 이어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3년 연속 홈런왕은 하몬 킬리브루(1962~1964년), 마이크 슈미트(1974~1976년), 그리피 주니어(1997~1999년), 로드리게스(2001~2003년) 등 4명 뿐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3년 연속 홈런왕은 역사적 의미가 다르다. 2023년과 올해는 투타 겸업 시즌이기 때문이다.
2013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크리스 데이비스가 전반기에 37홈런을 때려 당시 AL 최다 타이 기록을 수립했을 때 "분명히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기록"이라며 기뻐한 적이 있다. 바로 196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레지 잭슨이 세운 AL 전반기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잭슨은 '미스터 옥토버(Mr. October)'로 불렸던 전설적인 거포로 1993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스포츠넷ㅊLA 캐스터 조 데이비스는 지난 7일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중계 도중 "오타니가 최근 특별한 침대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에 있는 회사가 오타니를 위해 특별한 매트리스로 만든 침대다. 덕분에 오타니가 잠을 아주 잘 자고 있다고 한다. 원정경기 때도 선수단 비행기의 큰 화물칸에 침대를 싣고 간다. 그런데 접을 수 있는 침대 아닐까 한다. 아주 중요한 침대이기 때문에 직원 2명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풀사이즈 매트리스다. 선수들 짐을 실을 트럭이 오는데, 오타니 침대를 싣기 위한 트럭이 따로 있다"고 소개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 시절에도 특수 침대를 사용했다. 다저스 이적 후에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4월 첫 아이를 얻은 이후 "잠을 잘 자야 야구도 잘한다"는 '잠꾸러기'답게 새 침대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에는 투구이닝을 더욱 늘려야 투타 겸업을 본격화하는 만큼 체력 관리가 중요해진다. 홈런왕 경쟁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