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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호투, 헛심뺀 감보아' 156㎞ 펑펑+실책에도 흔들림 없었는데…찬물 끼얹은 병살타 5개 [잠실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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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경기에 병살타 3개를 친 팀은 이길 수 없다는 야구 격언이 있다.

18일 롯데 자이언츠는 5개를 쳤다. 외국인 에이스 감보아가 최고 156㎞ 직구를 앞세워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무서운 건 상대팀의 압박이 아니라 아군의 한숨이다. 실책과 병살타가 패배로 직결되는 이유는, 상대팀의 환호가 아니라 아군과 자팀팬의 탄식을 부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날 패배는 1대2, 1점차 패배였기에 더욱 아쉽다. 롯데는 올시즌 47승3무40패를 기록, 2위 LG와의 차이가 2경기로 벌어졌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4위 KIA 타이거즈와는 1경기 차이로 추격당하게 됐다.

이날 롯데는 팀타율 1위팀 답게 LG보다 2개 많은 8개의 안타를 쳤다. 하지만 번번이 병살타에 공격 흐름이 끊기며 산발에 그친게 패배의 원인이 됐다. 팀타율 1위임에도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4위에 머무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반면 LG는 팀타율 3위, 팀 OPS는 2위인 팀이다. 공격 효율, 응집력에서의 우위가 드러났다.

롯데 선발 감보아의 호투는 눈부셨다.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최근 7경기 연속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7경기 중 6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고, 자책점 2점을 넘긴 경기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쾌조의 선발 연승 행진은 6에서 끊겼다. 2회말 LG 박동원에게 던진 높은 실투가 그대로 좌월 동점 솔로포로 이어졌고, 계속된 1사 1루에서 이주헌에게 허용한 좌익선상 1타점 2루타가 결승점이 됐다. 1루주자가 오지환임을 감안하면 홈에 들어오기 쉬운 타구는 아니었는데, 외야가 넓은 잠실인데다 롯데 좌익수 레이예스의 수비 대처가 다소 늦었다.

감보아는 5회초 1사 1루에서 LG 주자 천성호 견제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큰 투구폼과 폴더 인사 루틴으로 견제가 약점이라던 그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롯데 내야진의 대처가 아쉬웠다. 천성호는 견제에 걸리자마자 바로 2루로 뛰기 시작했고, 롯데 1루수 나승엽의 2루 송구는 엉뚱하게 빗나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되어야했는데, 1사 3루의 위기가 됐다.

여기에 타석엔 까다로운 베테랑 김현수. 감보아는 흔들림없이 김현수를 삼진, 문보경을 2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 관리 능력까지 뽐냈다. 6회말 2사 2루 위기에서도 이날 결승타를 친 이주헌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날 감보아의 직구(60개)는 최고 156㎞에 달했다. 슬라이더(33개)와 커브(7개), 체인지업(3개)의 조화도 나쁘지 않았다. 6회까지 투구수 103개의 역투였다.

롯데 벤치는 7회 홍민기, 8회 최준용을 출격시키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였지만, 타선의 침묵에는 방법이 없었다.

타선이 문제였다. 롯데 타선은 2,3,6,7,9회 잇따라 병살타를 치며 자멸했다. 6회초 전준우의 유격수 직선타처럼 잘 맞은 타구의 불운도 있었고, 7회초 1루주자 김동혁을 적절히 묶고 타자 먼저 잡아낸 LG 2루수 천성호의 대처도 좋았지만, 병살이 5번이나 나오고도 승리를 바라긴 힘들었다.

LG 선발 손주영은 1회부터 실점하며 최근 2년간 롯데 상대로의 무실점 이닝 행진이 19에서 끊겼다. 오히려 홀가분하게 6회까지 1실점으로 역투하며 '롯데 킬러'의 명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