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썸킴' 김하성(30)의 타격 부진이 심상치 않다. 탬파베이 레이스 팀내 최고연봉자답지 않은 모습이다. 구단이 전반기 막판에 김하성을 빅리그로 불러올린 목적에도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이 수비보다 타격 면에서 더 기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김하성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벌써 3경기째 무안타 침묵이다.
김하성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안타를 치지 못했다. 장타성으로 잘 맞은 타구가 1개 나오긴 했는데, 상대의 호수비에 막히는 불운도 있었다.
이날 김하성은 2회말 1사 후 첫 타석에서 볼티모어의 베테랑 선발 찰리 모튼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볼카운트 1B1S에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들어오는 92.9마일(약 149.5㎞) 짜리 싱커에 배트를 휘둘렀는데,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이어 4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네 볼넷으로 골라나갔다. 그러나 후속 타자 대니 잰슨이 유격수 땅볼을 치는 바람에 김하성은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말았다.
6회말에는 득점권 찬스에서 세 번째 타석에 나왔다. 무사 2루의 타점 찬스. 이번에도 모튼을 상대했다. 첫 타석 승부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볼카운트 1B1S에서 92.6마일 씽커가 또 한복판으로 쏠렸다. 이번에는 공을 띄웠다. 그러나 우익수가 어렵지 않게 잡아내며 김하성을 아웃시켰다.
다행히 탬파베이는 득점할 수 있었다. 공을 잡은 볼티모어 우익수 라몬 로레아노가 2루주자 제이크 맹엄의 3루 태그업을 잡으려 송구했는데, 악송구가 되면서 맹엄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상대 송구 실책에 따른 득점. 김하성의 타점은 아니었다.
앞선 세 번의 타석에서 임팩트 있는 타격을 하지 못한 김하성은 7회말 무사 1루에 맞이한 네 번째 타석에서는 그런대로 잘 맞은 타구를 보냈다. 상대 불펜 투수 코빈 마틴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들어온 커브(86.3마일)를 잘 받아쳤다. 타구속도 99.8마일(약 160.6㎞)의 하드히트(정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볼티모어 좌익수 콜튼 카우저가 펜스 앞에서 훌쩍 뛰어올라 김하성의 타구를 낚아채고 말았다. 홈런 아니면 최소 2루타는 될 수 있던 타구였다. 그러나 호수비 앞에서 김하성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결국 김하성은 이날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즌 타율 또한 종전 0.227에서 0.200(25타수 5안타)로 떨어졌다. 2할대 유지마저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OPS도 불과 0.591에 그치고 있다. 타격 부진이 심각하다.
비록 이날 탬파베이가 11대1로 승리하며 4연패 탈출에 성공한 덕분에 김하성의 부진은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심각한 회의론이 나올 수도 있다. 탬파베이가 김하성에게 기대하는 면이 바로 수비 보다 타격이기 때문이다.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은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와의 경기 때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던 중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이후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고, 긴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을 진행하던 김하성은 큰 도전을 시도했다. 샌디에이고 잔류 대신 FA 시장에 나왔고, 긴 기다림 끝에 지난 2월 탬파베이와 2년 2900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연봉 1300만달러(약 181억원)로 탬파베이 최고연봉자다.
탬파베이로 팀을 바꾼 뒤에도 김하성의 재활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복귀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간신히 지난 5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통해 320일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다.
당시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함께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싸움을 한창 펼치던 중이었다. 때문에 현지 매체들은 김하성의 합류에 큰 기대감을 보냈다. 현지 매체 애슬론스포츠는 김하성 합류 직전인 지난 1일 '최근 급상승세를 탄 탬파베이에 김하성이 가세한다면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목표를 향해 전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기대감의 근본은 김하성의 수비력보다는 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애슬론스포츠는 '현재 탬파베이 유격수는 호세 카바예로와 테일러 월스다. 그들은 골드글러브급 수비를 해주고 있다. 여기에 상당한 타격 능력을 지닌 김하성이 합류한다면 중심타선에서 공격력 전체를 활발하게 이끌 수 있는 더 나은 타격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김하성에게 탬파베이 구단이 기대하는 건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 능력이라는 점이다. 당시 카바예로는 타율 0.225를 기록 중이었고, 월스의 타율은 0.207이던 시점이다. 수비력에서는 손색이 없는 유격수 요원이 두 명이나 있는데도 김하성을 콜업한 이유는 타격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 때도 신통치 않았던 김하성의 타격은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김하성은 마이너리그에서 20경기의 재활 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이 0.194(67타수 13안타) OPS 0.579에 그쳤다. 재활경기라 별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던 이 타격 지표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면 탬파베이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김하성의 콜업 이후 탬파베이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김하성이 돌아온 5일 미네소타전부터 19일 볼티모어전까지 11경기에서 3승8패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AL 동부지구에서 순위가 4위로 밀려났다. 1위 토론토와는 이제 5.5경기나 차이가 난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4위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탬파베이가 기대했던 '김하성 복귀효과'는 아직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후반기는 본격적인 순위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김하성이 지금과 같은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탬패베이의 FA영입은 대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시즌 후 다시 FA시장에 나가 대박을 노리려던 김하성의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김하성이 과연 후반기에 화끈한 타격 솜씨로 탬파베이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