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하늘도 한화를 돕는 건가.
이보다 더 극적인 승부를 또 만들기 힘들 듯 하다. 9회, 연장 끝내기가 아니다. 경기 성립 요건인 5회말이 딱 끝나자, 거짓말같이 폭우가 쏟아졌다. 그렇게 한화 이글스의 8연승이 완성됐다.
한화는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대5 6회 강우 콜드승을 따냈다. 경기가 중단되기 직전인 5회초, 5-5 상황서 노시환의 솔로포가 터졌는데 이게 결승점이 될 거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5회말 1사 2루 동점 찬스를 날린 KT는 땅을 쳐야했다.
KT 헤이수스, 한화 와이스 두 에이스급 투수들의 맞대결. 투수전이 될 거로 예상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푹 쉰 파이어볼러들이 힘을 낼 경기로 보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경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1회부터 양팀 타선이 대폭발했다. 1회초 한화가 2점을 선취했다. 2사 1, 2루 찬스서 채은성이 선제 2타점 2루타를 쳤다. 기록은 안타였지만, 사실 KT 좌익수 로하스의 실책성 플라이도 겹쳤다. 잘 맞은 직선 타구였는데, 처음 타구를 포착했다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공이 조명에 들어갔는지 로하스가 처음부터 공 위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KT는 1회말 경기를 뒤집었다. 1사 후 김민혁의 안타에 안현민이 1타점 2루타를 쳤다. 그리고 2사 후 이정훈의 1타점 안타와 허경민의 1타점 2루타까지 터지며 3-2가 됐다.
경기는 3회 다시 요동쳤다. 부진한 헤이수스를 상대로 이닝 시작부터 리베라토, 문현빈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노시환이 병살타를 쳐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지만, 채은성이 홀로 남은 3루주자 리베라토를 불러들이는 천금의 동점 적시타를 쳤다. 여기에 힘이 빠진 헤이수스는 김태연에게 2루타, 그리고 하주석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헤이수스는 최재훈, 심우준에게도 안타를 맞았지만 하주석이 홈에서 안현민의 보살에 아웃되는 행운으로 KT는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KT는 3회말 동점을 만들었다. 안현민과 이정훈의 안타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허경민의 적시타, 그리고 김상수의 보기 드믄 1타점 포수 파울플라이까지 나왔다. 1사 1, 3루 상황서 김상수가 백네트쪽으로 파울 플라이를 날렸는데 최재훈이 공을 잡고 넘어지는 동안 투수 와이스를 비롯해 내야수 아무도 홈 커버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 포착한 3루주자 이정훈이 재치있게 홈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한화의 미스 플레이. 반대로 KT 주루 파트가 칭찬을 받아야 하는 플레이.
하지만 한화는 곧 다시 웃었다. 양팀 선발이 나란히 조기 강판 당한 뒤 시작된 불펜 싸움. 한화는 5회초 4번 노시환이 KT 우규민을 상대로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장쾌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6-5로 앞서나가게 됐다.
KT는 5회말 1사 상황서 앞선 두 타석 허무한 삼진으로 물러난 로하스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이정훈과 허경민이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1점차 뒤진 상황에서 5회를 마쳤다.
문제는 5회가 끝나자마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배터박스와 마운드만 방수포를 덮었다. 그러자 곧 비가 줄어들었다. 심판진은 6회초를 위해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들였다. 그러니 다시 비가 거세게 내렸다. 다시 중단. 그리고 대형 방수포를 깔았다. 대형 방수포 설치가 완료되니 또 비가 줄었다. 다시 대형 방수포를 걷어들였다. 경기 진행 요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 그리고 6회초에 들어갔는데, 이닝을 끝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대형 방수포를 설치할 여유도 주지 않고 폭우가 쏟아졌고, 그 사이 내야 그라운드는 물이 흥건하게 젖었다. 내야 파울 지역 인조단디에도 물이 심하게 고였다.
비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비가 멈춰야, 그라운드를 정비하고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중단 이후 30분이 지난 가운데, 오후 9시8분경 비가 더 세차게 쏟아졌고 결국 심판진은 강우 콜드를 선언했다. 비가 잠시 그쳐 그라운드 정비를 한다 해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고, 서쪽에서 계속 비구름이 몰려왔다. 내야 그라운드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경기 재개는 사실상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화의 행운의 승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비가 만들어준 8연승이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