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명실상부한 '절대 1강'이다.
전북 현대가 또 이겼다. 그것도 두 골차를 뒤집었다. 19일 포항 원정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에 3골을 몰아치면서 '펠레스코어 승리'를 완성했다. 지난 3월 16일 포항전 무승부부터 시작된 무패 경기(코리아컵 포함)는 21경기(16승5무)째로 늘어났다. 승점은 48(14승6무2패)이 되면서 같은날 강원 원정에서 비긴 2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36)과의 격차는 12점으로 벌어졌다.
내용 면에서 보면 전북이 패할 수도 있었던 승부다. FC서울에서 이적한 기성용의 예리한 킥과 홍윤상의 돌파, 이호재의 결정력 등 포항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전반에만 2골을 얻었다.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이 없었다면 결과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럼에도 전북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건 '벤치의 힘'에 있었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후반전 티아고 이승우 이영재 권창훈을 차례로 투입했다. 이들이 2골을 만들어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후반 추가시간 홍정호의 극장골에 의한 승리 기반을 만들었다. 득점이라는 결과만큼 과정도 빛났다. 이승우는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스피드와 돌파력, 개인기, 여기에 티아고와의 콤비네이션까지 더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권창훈은 측면에서 예리한 크로스로 티아고의 동점 헤더를 도왔다. 이영재는 득점과 같은 프리킥 슈팅으로 달궈진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전북이 두 골차를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수원FC와의 19라운드에서도 전반에만 2골을 내줬으나, 후반에 3골을 몰아치면서 승리한 바 있다. 당시에도 후반 조커로 활용 중인 이승우와 부상 복귀 후 벤치에 앉아 있던 콤파뇨가 역전극을 일궈낸 바 있다. 열세 상황에서 적극적인 교체 자원 활용과 전술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포옛 감독의 용병술이 인상적이다.
전북은 무패 과정에서 선발 로테이션이 적고 교체 자원 활용폭도 좁다는 우려가 있었다. 최고 기량 선수가 선발, 교체로 나서는 건 당연하지만, 그 활용폭이 좁다는 건 장기레이스로 치러지는 리그에선 잠재적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 때문에 백업들이 얼마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선두 수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벤치 역량이 폭발하며 무패의 든든한 동력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시즌 출발 시점만 해도 전북은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는 팀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리그 10위, 승강 플레이오프행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뷔 시즌인 포옛 감독의 K리그 적응 여부도 더해져 있었다. 그러나 무려 4개월 동안 무패를 달린 결과, 전북은 리그에서 승점 12점차 선두일 뿐만 아니라 코리아컵에서도 4강에 진출하면서 '더블(K리그+코리아컵 동반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현재 전력만 놓고 보면 무패가 당분간 깨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 당시 붙었던 '절대 1강' 칭호를 되찾은 전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