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중국 축구의 경기장 안팎 폭언-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축구협회는 20일 경기장 내 폭언-폭력 행위를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19일 톈진 진먼후전에 나섰던 청두 룽청 윙어이자 중국 대표팀 주전인 웨이스하오와 관련된 사건이 문제가 됐다.
톈진 팬들은 경기 전 훈련 때부터 웨이스하오를 도발했다. 골대 뒤에 앉은 일부 팬들이 웨이스하오의 어머니를 욕하는 구호를 외쳤다. 웨이스하오가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손짓을 하며 "내려오라"고 소리를 지르다 동료들에게 제지 당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청두가 0-2로 뒤진 후반 44분 웨이스하오가 페널티킥으로 추격골을 넣자, 이번엔 그의 아내를 욕하는 구호가 들려왔다. 분을 참지 못한 웨이스하오가 또 관중석으로 달려들었고, 동료들의 제지 속에 심판에게 경고 카드를 받았다. 경고누적 퇴장. 톈진 팬들은 "XX!"를 외치며 조롱했다. 웨이스하오는 서정원 감독 및 코치진의 격려를 받았지만, 경기장을 빠져 나가면서 눈물을 훔쳤다.
중국축구협회는 성명에서 '최근 리그 경기 중 일부 팬이 선수와 그 가족에게 아무 이유 없이 폭언과 모욕적 발언을 퍼부었다. 축구 문화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프로리그 질서를 교란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며 '선수와 그 가족에 대한 모욕적 언행은 축구 정신에 대한 모독이며 축구 문화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부서와 협력해 경기장 내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도발과 모욕, 대립 조장, 폭력 행위를 단속하고 팬들이 문명적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날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상하이 선화전이 끝난 뒤엔 양팀 팬들이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팀 팬들은 지난 3월 시즌 첫 맞대결 뒤에도 온라인 상에서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중국 축구의 험악한 분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막강한 공권력에 기반한 사회 치안과 달리, 유독 축구장에선 험악한 구호와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동안은 대표팀, 프로팀 경기에서 부진한 감독을 경질하라는 구호 정도였지만, 올 시즌에는 분위기가 한층 더 격렬해진 모습이다. 자국 대표 선수에게 인신공격성 모욕을 하고, 폭력사태로 경찰이 출동하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 축구는 2010년대부터 이른바 '축구굴기'로 불리는 리그, 대표팀 발전 정책을 이어왔다. 이를 토대로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두 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무대와 좀처럼 연을 맺지 못했고, 슈퍼리그 역시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대기업 팀들이 줄줄이 해체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중국축구협회 차원에서 리그 건전성을 되찾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축구장에서의 분위기, '대국'을 자처하면서도 아시아에서조차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자국 축구에 대한 실망감 등이 팬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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