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손흥민은 녹슬었다."
충격적인 현실이다. 일말의 기대감마저 무너졌다. 토트넘 홋스퍼도 이제는 더 이상 손흥민에게 미련을 갖지 않을 분위기다. 적당한 이적 제안이 오면 바로 수용할 방침이다. 손흥민이 새 시즌에 기량을 회복해 다시 팀의 핵심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치른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레전드로서 팀에 계속 남아있느냐, 아니면 지난 10년간의 토트넘 역사를 뒤로하고 새 팀을 찾아 떠나게 되느냐를 판가름할 중요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19일 밤(이하 한국시각) 영국 레딩의 셀렉트 카 리싱 스타디움에서 리그1(3부리그) 레딩을 상대로 프리시즌 첫 평가전을 치렀다. 프랭크 감독이 팀을 맡은 뒤 처음으로 치른 경기였다. 결과적으로는 2대0으로 승리하며 토트넘 전력이 잘 다져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점유율과 슈팅 숫자면에서 한층 나아진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에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후반 시작과 함께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다. 프랭크 감독은 전후반 스쿼드를 완전히 바꿨다. 손흥민은 후반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 경기는 여러 측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여름 이적시장에 이적설이 무성했던 손흥민이 팀에 돌아와 프랭크 감독 밑에서 처음으로 나선 경기였다. 이 경기 내용에 따라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을 어떻게 대우할 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랭크 감독은 이적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손흥민의 거취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지난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팀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 레딩전에서도 뛸 수 있다"면서 "한 클럽에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의 거취는 구단이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이다. 현재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5~6주 후에 (손흥민의 거취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TBR풋볼은 지난 17일 '토트넘 내에서 손흥민의 미래는 오랫동안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새로운 토트넘 감독은 이미 손흥민의 거취에 관해 결정을 내렸다'며 '프랭크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손흥민의 리더십에 계속 의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프랭크 감독은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손흥민의 잔류를 희망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레비 회장 또한 손흥민의 잔류 의사를 존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프랭크 감독은 당초 레비 회장의 뜻에 따라 손흥민을 내보내고 새로운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브라이언 음뵈모, 앙투안 세메뇨의 영입실패와 모건 깁스-화이트의 이적 협상 일시중단 등의 악재가 생기며 공격진 개편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왼쪽 윙어 포지션에서 손흥민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았다.
때문에 레딩과의 평가전을 통해 손흥민의 경기력 및 팀내 활용도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판을 짤 계획이었다. 손흥민이 지난해 부진한 모습에서 탈피해 2023~2024시즌 때만큼 활약한다면, 전향적으로 다시 팀의 중심 캐릭터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레딩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반전에 투입된 손흥민은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개인 사정으로 팀 합류가 늦어진 탓에 약 1주일 정도 밖에 훈련하지 못한 탓인지 몸이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특유의 '헛다리짚기' 드리블 스킬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버벅거렸다. 터치 미스가 여러 차례 나온 반면, 유효슈팅은 없었다.
평점은 처참했다. 축구통계 전문업체인 풋몹은 이날 손흥민이 45분간 슈팅 1회와 패스 성공률 64%(9/14), 드리블 성공률 0%(0/3), 크로스 성공률 0%(0/1), 볼 경합 성공률 40%(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풋볼 런던은 이런 손흥민에게 5점이라는 형편없는 평점을 부여했다. 특히 풋볼 런던의 토트넘 담당 1티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손흥민의 몸은 녹슬었다. 몇 차례 터치 미스로 팀 플레이를 저해했고, 몸상태가 올라오지 못한 듯 했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3부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제 토트넘도 손흥민에 대한 미련을 버린 듯 하다. 현지 매체에서는 일제히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을 전향적으로 허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매체 기브미스포츠는 레딩전 이후인 20일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의 이적을 허용할 방침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10년 여정이 끝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TBR풋볼 역시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부여하며 '손흥민은 여러 차례의 부진한 터치와 공을 놓치는 모습을 통해 기량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며 '토트넘이 이번 여름 적절한 제안에 손흥민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레딩전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부진이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토트넘이 레딩전을 통해 손흥민에 대한 '손절각'을 잡았다는 뜻이다.
관건은 '적절한 이적료'다. 레비 회장은 손흥민을 절대 헐값에 보낼 생각이 없다. 게다가 시점도 중요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아시아 투어에 반드시 합류해야 한다. 계약내용 때문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빠지면 내야하는 위약금을 피하고 싶어한다. 결국 8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손흥민의 이적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제 '토트넘의 손흥민'과 작별해야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