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굳이 남들과 같은 외국인 에이스 같은 피칭을 원하기 보다는 그 선수가 할 수 있는 피칭까지만 바란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현실적인 운영 방침이다.
데이비슨은 19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6대1 승리를 이끌며 8승(5패)째를 거뒀다.
1회말 2사 2루, 2회말 2사 1,2루의 초반 위기를 잘 넘겼고, 3-0으로 앞선 5회말 1사 1루서 문성주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해 1실점을 했고, 이후 2사 3루의 위기에도 몰렸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5회까지 투구수가 86개로 6회말에도 등판할 수도 있었겠지만 김태형 감독은 6회말부터 필승조인 정철원을 투입했다.
정철원이 1이닝 1안타 무실점, 홍민기가 1⅓이닝 1안타 무실점, 김강현이 1⅔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불펜 투수 3명이 남은 4이닝을 잘 막아내 롯데는 6대1의 승리를 거두고 2위 LG와의 승차를 1경기로 다시 줄였다.
찰리 반즈를 대신해 온 알렉 감보아가 155㎞가 넘는 빠른 공을 앞세워 6이닝 이상을 던져주면서 데이비슨의 이닝 소화력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전반기에 18경기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한 데이비슨은 102⅓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 10번을 기록했다. 전반기 이닝수 전체 11위.
하지만 6월 들어 4경기서 3패에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하는 부진으로 우려를 낳았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보이면서 불안감을 던졌다.
19일 경기에서도 김 감독은 6회 도중 위기에서 교체하는 것보다 주자 없을 때 불펜 투입을 택했다.
김 감독은 20일 "데이비슨은 항상 그 시기를 잘 못넘어 가더라"면서 "공에 힘도 좀 빠졌고, 멘탈적으로도 강하지 않아서…"라고 교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투수들이 6이닝 정도를 끌어줘야 국내 투수들이 등판할 때 불펜 투수들에게 과부하가 안 걸리게 되는 상황이지만 김 감독은 데이비슨이 길게 던지지 않더라도 잘 던져주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
김 감독은 "다른 팀의 1,2번 좋은 투수들과 비교하면 안된다. 그냥 자기 역할을 꼬박꼬박 하는 투수다. 좀 끌고 가주면 좋은데 무너질 때 확 무너진다. 어제도 6회에 내볼까 하다가 가운데 넣기 바쁠 것 같아서 교체했다"고 현실적으로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데이비슨을 기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