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미 선수에게도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다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맥이 풀린다.
NC 다이노스 구창모의 1군 복귀 시점에 대한 소식이 벌써 한달째 화제다. 지난달 17일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구창모는 아직 1군에서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묘한 분위기는 전역 직전부터 형성됐다. 이호준 감독은 당초 올 시즌 구상에서 군 전역 예정인 구창모를 후반기 합류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구창모 역시 자신감을 보였었다.
하지만 상무 전역을 앞두고, 긍정적인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NC에 복귀할 준비를 해오고있던 구창모는 시즌 초반 타구에 어깨를 맞아 투구를 중단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결국 전역 이후 다시 빌드업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구창모가 직접 이호준 감독과의 통화에서 "선발 투수로 복귀하려면 투구수도 그렇고, 공을 많이 안던져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공을 억지로 던지게 해서도 안되고, 이제와서 구창모를 불펜으로 활용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는 건강한 구창모가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해낼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서 1군에 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더 부여했다.
물론 오매불망 구창모만 찾는다면, 현재 NC 1군에서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는 투수들 특히 국내 선발 투수들에게는 힘이 빠지는 일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이호준 감독 뿐만 아니라 모든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열심히 경쟁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는 상황에서 '없는 선수'만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러나 NC는 이미 구창모에게 큰 투자를 한 상태. 그것도 비FA 다년 계약이라는 상징성을 더해 6+1년 최대 132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안겼는데 이런 선수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게 프로의 세계다.
전역 직후 NC 2군 선수단에 합류한 구창모는 순조롭게 준비를 해나가는듯 했다. 6월 28일 상무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3이닝(무실점)을 던졌고, 계획대로 7월 4일 LG 트윈스 2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전역 후 첫 4이닝(2실점) 투구를 소화했다.
여기까지는 낙관적이었다. 구속이나 구위에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고, 투구수만 80개 정도로 맞춰놓는다면 당장 1군 투입도 가능했다. 이호준 감독도 LG전이 끝난 후 2군에서 2번이 아닌 1번 정도만 더 던지는 것으로 2군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하고 있었다. 80구 정도 던질 수만 있다면, 굳이 100구까지 맞춰 2군에서 1경기를 더 등판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후반기가 시작되자마자 구창모를 선발 투입할 가능성까지 계산했다. 이호준 감독은 로건 앨런, 라일리 톰슨, 신민혁, 구창모, 목지훈으로 이어지는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하면서 "드디어 꽉 찬다"며 흡족하게 웃었다.
그런데 4일 LG전 이후 갑작스러운 결정이 알려졌다. 구창모가 예정돼있던 다음 등판을 소화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초 구창모는 9일경 퓨처스리그에서 한번 더 등판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의 회의 결과 9일 등판을 하지 않고, 한 템포 쉬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는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고 만약에 대비해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탈이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말았다. LG전 등판 이후 왼쪽 팔꿈치에 뭉침 증상을 느낀 것이다. 치료를 받아온 구창모는 오는 23일 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투구 재개 일정이 결정된다.
23일 검진에서 이상 없이 회복이 다 됐다는 진단이 나와도, 이제 다시 공을 잡고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공백이 길지 않지만, 혹시나 완벽한 회복까지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면 빌드업에 많은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빨라야 8월, 아니면 9월까지도 복귀가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9월이면 정규 시즌 막바지다.
사실 복귀가 늦어지는 것은 구창모 개인에게도 큰 손해다. 최대 132억원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132억원의 투수'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보장 연봉은 88억원이고 나머지는 옵션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다. NC 구단이 세부 내용에 대해 정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등판 경기수와 이닝에 대한 옵션이 꽤 큰 비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복귀가 미뤄질 수록 손해가 크다. 누구보다 답답한 것은 구창모 자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