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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도 절대 못 친다' ABS 모서리의 딜레마, 야구는 '다트 게임'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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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람이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

KBO 허구연 총재가, 지난해 전 세계 프로리그 중 최초로 야심차게 도입한 ABS. 올해 2년차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ABS를 도입한 목적은 명확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현장과 심판간의 이견을 없애자는 것.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정신과에 다녀야 할 정도로 압박을 받는 심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ABS 도입은 성공적이다. 이제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가지고 감독 또는 선수와 심판이 싸우는 일은 아예 사라졌다. 항의를 할 필요가 없다. 항의를 하려면 기계에 해야하는데, 기계는 말을 알아듣지도 하지도 못한다. 심판과의 다툼 등 볼썽사나운 장면을 보기 싫어하는 팬들은 ABS를 반긴다. 최근 젊은 여성팬들, 가족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런 측면에서는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순수 야구의 측면으로 접근하면, 볼멘 소리가 계속해서 조금씩 나온다. A구단 감독은 "야구가 아니라 다트 게임이 되고 있다"고 촌평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스트라이크면 몰라도, 사각형 네 개의 모서리쪽에 정말 극적으로 걸치는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되면 타자가 도저히 칠 수가 없다는 의미. 그런데 투수도 그 곳을 노리고 '초정밀 투구'를 할 수도 없으니 운 좋게 거기 들어가면 이득을 얻는 것이다. 다트 게임 처럼. 그래서 B구단 간판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고 매 타석 경기하는 기분이다. 한 동안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C구단 감독은 "ABS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람 심판이 판정한 기록을 보면, 스트라이크존이 위아래 긴 타원형으로 좁혀진다. 그런데 이게 또 딜레마다. 야구 규정이 스트라이크존은 사각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람 심판의 판정은 사각형 존에서도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이라는 기준에 중점을 둬 나온 결과라면, 기계는 규정으로 명시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 자비 없이 잡아버린다는 게 지금의 문제를 야기한다.

2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두 번의 판정이 눈에 띄었다. 먼저 1회초 키움 공격. 키움이 4연속 안타로 1점을 내고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주성원. 2S 상황에서 후라도가 던진 슬라이더가 바깥쪽 아래로 흘러나갔다. 육안으로는 볼로 보이는 공. 심지어 공을 잡은 강민호도 볼이라 예상하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려는 순간, 심판의 삼진 콜이 나왔다. 황당한 주성원의 표정. 존 왼쪽 하단 끝을 걸쳤다는 것이다. ABS 시스템은 두 개의 면을 공이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공이 정말 살짝이라도 선에 스치기만 한다면 스트라이크다. 중계진은 "배트가 나갈 수 없는 공에 삼진을 당했다"고 코멘트했다. 이어 "ABS라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고도 했다. 그동안의 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로 인정하기 힘든 공이라는 의미다.

이게 왜 중요했냐. 양팀의 후반기 첫 경기였다. 삼성 에이스 후라도가 1회 시작부터 극도로 흔들렸다. 여기서 주성원이 적시타라도 쳤다면, 아예 후라도를 조기 강판 시키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1회 1득점에 그쳤고, 7-3까지 앞서나갔지만 결국 10대15로 역전패를 당했다.

다음은 4회초 키움 최주환의 타석. 최주환은 억울한 판정 다음에 적시타를 쳤고, 그 다음 스톤의 홈런까지 나왔기에 괜찮았지만 이 공은 앞선 주성원의 공보다 더 치기 힘들게 들어왔다는 게 중요하다.

볼카운트 2B1S 상황서 후라도의 몸쪽 직구가 들어오니 최주환은 공에 맞을까 몸을 피했고, 강민호는 역투에 몸을 날려 공을 가까스로 잡았는데 스트라이크. 중계방송사가 송출한 ABS 판독 화면을 보면 정말 '저렇게도 걸쳐 들어올 수 있구나' 할 정도로 미세하게 기준 라인에 걸쳐 들어온 공이었다. 이 공을 본 중계진 역시 "모서리에 걸리는 스트라이크는 행운의 스트라이크다. 투수도 던지려고 한 게 아닌 것"이라고 말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죽하면 최근 KBO리그 구단들의 외국인 투수 영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ABS 때문이다. 제구가 안좋아도, 공이 빠른 투수들을 선호한다. 날려 들어가는 공들이, 타자가 칠 수 없는 곳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감보아(롯데), 가라비토(삼성), 패트릭(KT)가 다 비슷한 유형의 대체 선수들이다.

KBO는 지난해 첫 시행 후 존이 전체적으로 너무 높게 설정됐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존을 하향 조정했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하겠다는 의지다. 좋은 점도 있지만, 야구의 기본을 헤치는 느낌도 주는 ABS. 과연 KBO와 허구연 총재는 또 어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 가장 바깥쪽 라인은 '공의 절반 이상이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라는 등의 보완책을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