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승부사다운 시도였지만, 결과가 받쳐주지 못했다'
'리드오프'로 돌아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9일 만에 멀티히트를 달성하며 후반기 타율 반등의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너무나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다 주루사를 당하는 바람에 팀 득점의 맥을 끊고 말았다.
이정후는 21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가 리드오프,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지난 6월 1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이후 무려 34일 만이다.
4연패 중인 샌프란시스코는 토론토와의 인터리그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스윕 패배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선발 라인업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이정후의 1번 복귀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연패 탈출을 위한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필두로 엘리엇 라모스(좌익수)-라파엘 데버스(지명타자)-윌리 아다메스(유격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맷 채프먼(3루수)-도미닉 스미스(1루수)-브렛 와이즐리(2루수)-앤드루 키즈너(포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34일 만에 1번 타자로 돌아온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부터 2루타와 득점을 기록하며 멜빈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토론토 선발로 나온 우완투수 호세 베리오스를 만난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렸다.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한복판으로 들어온 92.4마일 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밀어쳤다. 높이 뜬 타구는 토론토 좌익수 데이비스 슈나이더에게 잡히는 듯 했다.
그러나 슈나이더가 강한 햇빛 때문인지 타구 방향을 놓치며 공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이정후는 2루까지 안착했다. 좌익수의 실책성이 짙었지만, 공식 판정은 2루타로 나왔다. 행운이 따랐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안타로 샌프란시스코의 승률이 6%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간 이정후는 후속타자 엘리엇 라모스의 좌전 적시타 때 득점했다. 타구가 유격수를 살짝 넘어 좌익수 앞쪽으로 떨어졌고, 그 사이 이정후가 전력 질주로 홈을 밟아 선제득점을 올렸다.
첫 타석에서 행운의 2루타와 선제 득점을 올린 이정후는 1-1 동점이 된 3회초 무사 1루 때는 삼진을 당했다. 베리오스를 다시 만난 이정후는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지켜봤다. 존에서 살짝 빠진 듯 했지만, 판정은 스트라이크. 2구째 몸쪽 커터는 파울로 걷어냈다. 3구는 볼.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슬러브(시속 83마일)가 들어왔다. 이정후는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구에 맞지 않은 채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이어 이정후는 2-3으로 추격한 5회초 1사 1, 2루 때 세 번째 타석에 나왔다. 이번에는 이정후가 베리오스의 초구를 노려쳤다. 자신의 약점인 바깥쪽 코스로 들어올 것을 예측하고,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그대로 잡아당겼다. 하지만 타이밍과 코스가 모두 좋지 못했다. 토론토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땅볼 타구가 잡혔다.
게레로 주니어는 타구를 잡은 뒤 2루로 송구해 선행 주자 키즈너를 아웃시켰다. 그러나 이정후가 워낙 빨라 병살타는 간신히 면했다. 토론토 유격수는 이정후가 거의 1루에 도달한 것을 보고 송구를 포기했다. 2사 1, 2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후속타자 라모스의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됐다.
이정후는 6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이날 두 번째 안타를 날렸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2사 후 3점을 뽑아내 5-7로 따라붙은 6회초 2사 1, 2루 상황이었다.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바뀐 투수 저스틴 브루홀을 상대했다. 초구와 2구째 연거푸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이정후는 3구째 바깥쪽 스위퍼를 퍼올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렸다. 2루 주자 와이즐리가 홈을 밟아 6-7까지 추격했다.
이때 1루주자 키즈너도 3루까지 내달렸다. 토론토 중견수 마일스 스트로가 이를 저지하려 3루쪽으로 송구했다. 그 사이 이정후는 기민하게 2루까지 내달렸다. 이를 본 토론토 3루수 어니 클레멘트가 공을 잡아 즉각 2루로 던졌다.
베이스 부근에서 접전이 펼쳐졌다. 이정후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토론토 2루수 레오 히메네즈가 태그를 시도했다. 첫 판정은 세이프였다.
하지만 토론토 벤치가 챌린지(비디오판독)를 요청했다. 여기서 판정이 번복됐다. 영상 판독 결과 슬라이딩을 한 이정후의 손이 먼저 베이스를 터치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못했다. 슬라이딩 추진력이 이어지며 이정후의 손이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때 히메네즈가 이정후를 태그한 게 포착됐다. 결국 이정후의 주루사로 이닝이 끝나버렸다.
이정후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송구가 3루로 향하는 사이 2루까지 한 베이스 더 가려는 시도는 칭찬할 만 하다. 2사 1, 3루보다는 2, 3루가 훨씬 더 득점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슬라이딩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하고 베이스를 지나쳐 버린 점은 상당히 아쉬운 장면이다. 주루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신인들이 주로 이런 실수를 한다. 이정후급의 선수가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의도와 상관없이 이정후는 한창 달아올랐던 팀의 득점 페이스를 끊어버리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6회말 게레로 주니어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끝에 6대8로 패했다. 이정후는 9회초 1사 후 한번 더 타석에 나왔지만,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결국 이날 이정후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249(357타수 89안타)로 소폭 끌어올렸다. 하지만 팀의 5연패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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