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악역마저 설득하는 배우 오정세가 JTBC '굿보이'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평범한 외모 뒤에 잔혹한 폭력성과 권력의 광기를 숨긴 '민주영' 역으로 익숙한 '빌런'의 틀을 허물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최근 서울 강남구 프레인빌라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종영 인터뷰에서 오정세는 "'굿보이'가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돼 다행이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정의감으로 뭉친 '굿보이' 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 중 오정세가 연기한 민주영은 겉보기엔 관세청 공무원처럼 평범하지만 실상은 거대한 카르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16부 내내 시청자에게 지루하지 않게 빌런을 보여주기 위해 점차 한 꺼풀씩 벗겨지며 더 악해지는 인물로 접근했다"며 "초반엔 헤어와 의상 모두 평범하게 설정했고, 중반 이후엔 빌런스러운 스타일링으로 변모시키며 캐릭터의 진화를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무표정과 절제된 움직임 속 폭력성을 담아내려 했고 시장의 명패로 사람을 내리치는 장면에선 감정 없는 잔인함을 극대화했다. "클로즈업, 슬로우 촬영에도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 했지만 소리와 긴장감 때문에 어렵더라"며 "민주영은 철저한 완벽주의자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자만으로 시계 같은 단서조차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자신감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민주영의 서사에 대해서는 "시청자에게 동정심을 유도하고 싶지 않았다. 돈과 권력의 맛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점만 전달되면 충분했다"며 "정의로운 '굿보이'들과 대비되는 무미건조한 악을 의도했다"고 강조했다.
오정세는 캐릭터 설정에도 세심함을 더했다. "굿보이들에게 맞아 생긴 상처가 민주영의 '민낯'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길 바랐다"며 "상처들이 굿보이들의 흔적처럼 남고 가면이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눈썹 위 상처 메이크업이나 총격 화상 등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외형에 담아냈다.
박보검, 김소현 등 배우들과의 호흡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박보검은 힘든 현장에서도 늘 즐겁고 겸손했다. 그런 태도가 자극이 됐다"며 "김소현과는 '보고싶다'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는데 성숙한 배우로 성장한 모습이 반가웠다"고 전했다.
다작 배우로 불리지만 작품 선택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좋은 작품이 손을 내밀면 잡는 편이다. 특정한 목표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매 작품마다 감정이나 접근 방식이 달라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그것들이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돈과 권력 뒤에 숨은 괴물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싶었다. 민주영을 통해 우리 주변의 '괴물'은 누구일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굿보이'가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이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굿보이'는 지난 20일 16부를 끝으로 종영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