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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축 성장할수록 혐오 발언↑" 女유로4강전 앞두고 SNS 끊은 英여축선수들의 용기있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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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여자축구가 성장할수록 혐오 발언도 늘어나고 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 대표팀 베테랑 풀백' 루시 브론즈가 여자유로2025 현장에서 동료 제시 카터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 메시지, 온라인 공격과 관련해 할 말을 했다.

카터는 유로 대회 기간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를 통해 많은 인종차별적 모욕, 혐오 발언을 경험했다며 SNS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카터는 X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회 시작부터 많은 인종차별적 모욕을 겪었다. 모든 팬이 경기력, 결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외모나 인종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동의하지 않으며 용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서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진심어린 팬들의 응원에 항상 감사하지만 팀을 돕고 집중력을 유지하고자 이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공개 언급함으로써 이런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되지 않길 희망한다. 잉글랜드 여자축구 대표팀과 함께 역사적 변화를 이뤄냈고, 이 부분을 팀의 일원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문제를 공개 언급함을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또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바란다. 이제 앞만 바라보고 팀을 돕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라고 썼다.

카터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이어 영국축구협회는 "이 혐오 범죄의 책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경찰과 협력중"이라며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은 경기 전 무릎을 꿇는 반인종차별 제스처 중단을 결정하면서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브론즈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여자유로2025 준결승전을 앞두고 21일(한국시각) 동료 카터를 지지하는 또렷한 목소리를 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가 국제적 성공을 거둔 후 선수들이 더 많은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커질수록 소음이 커지고 팬도 늘지만, 그만큼 비판도 늘어난다"고 했다. "우리는 모든 비판에 열려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다. 하지만 학대는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여성 축구에서는 온라인 학대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남자 축구는 경기장에서 이런 문제가 더 많이 보이지만, 여자축구는 온라인에서 진짜 표적이 된다"고 봤다.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 해결책이 있다. 저는 답을 모르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브론즈는 "우리는 선수로서 결코 무력하지 않다"면서 사리나 위그먼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과 그녀의 팀이 이번 대회 전 온라인 학대와 그것이 여자축구에 특정적으로 큰 위협이 된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스널 소속의 공격수 알레시아 루소는 "온라인 학대의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고, 2023년 호주뉴질랜드 월드컵과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 현장에서 수차례 인종차별 폭력을 경험한 첼시 공격수 로렌 제임스 역시 "폭력이 절대 멈추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토로한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은 영국 테니스 선수 캐티 볼터가 B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온라인 학대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직후 나왔습니다.

지난 2021년 잉글랜드 축구클럽, 선수들, 스포츠 단체들은 온라인 학대와 차별 근절을 위해 나흘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보이콧하는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브론즈는 경기 시작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 대신 선 채로 "전 세계에 목소리가 전달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는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 우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변화의 의지를 전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UEFA, FIFA 같은 국제연맹들에게도 들릴 만큼 충분히 크다"고 했다. "이것이 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으로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 목소리를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그 플랫폼과 목소리를 활용해 변화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브론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향해 온라인 학대와 관련 더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 작은 단계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선수들은 소셜 미디어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축구를 한다. 팬들과 연결되는 것을 사랑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 방법을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일 뿐, 필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플랫폼들은 매우 잘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없이도 번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료 카터가 공개적으로 온라인 학대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브론즈는 "그녀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팀 전체에게 매우 힘이 된다. 특히 첫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면서 "용기를 내고, 일어나서 목소리를 내고, 모든 팀 동료와 국가가 카터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는 것은 이런 순간에 매우 중요하다"며 연대와 지지의 뜻을 표했다. "많은 선수들이 축구에서 항상 이런 일이 문제가 돼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제 제시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이른바 팬이라는 분을이 이런 메시지를 쓰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제시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녀가 겪는 일들은 분명 힘든 일이며, 우리는 이것이 제스만의 문제가 아니란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수비수 알렉스 그린우드는 무릎을 꿇는 행위가 더 이상 "목적을 상실했다"면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 다른 조직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우드는 BBC라디오5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조직들과 다른 팀들도 우리와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변화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팀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우리가 결정한 일에 대해 정말 강한 열정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UEFA는 주요 대회와 유럽 대회 기간 동안 해당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온라인 학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중이다. 유로 2022 전에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운영되며, 조사 결과는 대회 종료 시 공개된다. 지난 5월 개정된 FIFA징계 규정도 인종차별적 폭력 근절을 위해 최소 징계 기간 연장 및 재정적 처벌을 강화했다. 2023년 여자월드컵 현장에선 7085개의 악성 댓글을 폭력적 콘텐츠로 선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보고하는 등 FIFA 주도의 소셜미디어 보호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유로2025 대회중 카터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했다. "어떤 선수도 어떤 형태로든 차별을 받아선 안된다. 경기장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모든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8강에서 스웨덴을 승부차기 혈투 끝에 꺾고 4강에 오른 잉글랜드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각) 노르웨이를 2대1로 꺾고 올라온 이탈리아와 맞붙는다. 또다른 4강 대진에선 '월드컵 디펜딩챔피언' 스페인과 8강에서 '수적 열세' 속에 프랑스를 꺾은 '전통의 강호' 독일이 결승행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