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굳이?"
롯데 자이언츠에게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은 어디일까.
전반기 롯데가 한창 상승세를 탈 때 던진 질문. 김태형 롯데 감독은 망설이지 않고 LG 트윈스를 꼽았다. 타선에 빈틈이 없고, 전체적으로 안정된 전력을 지니고 있어 상대하기 어렵다는 설명.
'요즘처럼 기세가 좋을 때 LG전이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말에 김태형 감독은 "요즘처럼 좋을 때 굳이 LG랑 붙어야하나. 개막 시리즈에 두들겨맞은 걸로 충분하다"며 미소 가득한 답변을 내놓았다. 차라리 LG를 피해 좋은 흐름을 계속 타는게 낫다는 것. LG전에 임하는 그의 부담감을 드러낸 한 마디였다.
하지만 단일 리그에서 특정 팀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 후반기 개막과 함께 다시 LG를 만났다. 시리즈 전까지 3승4패1무로 나름 대등한 상대전적을 보여줬지만, 매경기 접전 끝에 결국 또 루징시리즈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경기 모두 상대보다 안타를 적게 치고, 4사구를 많이 얻어낸 팀이 승리했다. 치열한 투수전은 결국 마운드의 흔들림, 또는 결정적 한방에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팀타율 1위' 롯데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팀홈런 48개.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다. 갑갑할 때 뚫어줄 '한방'이 없다.
레이예스(득점권 타율 3할9푼4리)나 전준우(3할4푼)의 부담이 너무 크다. 올해 타격에서 반등한 유강남은 아직이다.
분명한 건 레이예스나 전준우도 홈런을 치는 거포는 아니라는 점. 팀내 홈런 1위가 레이예스(10개)다.
그 결과가 팀 홈런 1위 삼성(100개)의 절반도 안되는 홈런, 공동 8위 KT 위즈-두산 베어스(이상 61개)와도 13개나 차이나는 꼴찌다.
반면 LG는 KIA 타이거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팀홈런 2위를 다투는 팀이다. 이번 시리즈에는 1차전 박동원, 3차전 문성주가 각각 동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저칫 기선제압 당할 수 있었던 분위기를 돌려놓았고, 끝내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반면 롯데는 아직 후반기 들어 홈런이 없다.
김태형 감독은 "한방이 있으면 좋은데, 지금 롯데에는 타고난 거포가 없다. 홈런 신경쓰다가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질까 걱정"이라며 입버릇처럼 말했다. 시즌초 홈런 7개를 몰아치던 나승엽은 이후 이 함정에 빠진 뒤 좀처럼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팀내 1위(18개)였던 손호영이 무너진 지금, 이렇다할 거포 후보도 눈에 띄지 않는다.
내년 한동희가 돌아오면, 이 고민을 끝낼 수 있을까. 당장 눈앞에 8년만의 가을야구가 놓여있다. 포스트시즌이야말로 강심장과 거포의 향연이다.
롯데 부임 직후 "20홈런 친 선수가 한명도 없지? 칠만한 선수가 있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령탑의 한숨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