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쿠에바스에는 눈 질끈 감았는데, 로하스는 어찌할꼬.
KT 위즈는 후반기를 앞두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7년을 함께하고, 팀에 첫 우승을 안긴 에이스 쿠에바스와 이별을 선택했다. 올해 들어 확연히 떨어진 구위, 가을야구 이상을 꿈꾸는 KT로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했다.
그렇게 아픈 이별 속 강속구 투수 패트릭을 데려왔다. KT는 20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쿠에바스 가족을 초청, 성대한 고별 행사를 열어줬다.
그런데 사실 KT의 외국인 선수 고민은 끝이 아니다. 이 역시 전반기부터 이어져온 문제, 타자 로하스 딜레마다. 2020년 KBO리그 MVP. 쿠에바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가 KT에서 6번째 시즌인 장수 외인이다.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뒤, 지난해 다시 복귀해 타율 3할2푼9리 32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9일에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시상식까지 가졌다. 177홈런. 로하스보다 홈런을 많이 친 외국인 선수는 없다.
그런데 '이럴 수 있나' 할 정도로 올시즌 부진하다. 타율 2할5푼 13홈런 42타점. 출루율, 장타율 모두 급격하게 추락했다. 전반기 2군에도 다녀왔다. 일단 최근의 로하스는 상대방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한다. 한화 이글스와의 후반기 첫 3연전을 보면, 공을 아예 맞히지를 못한다. 변화구에 참지 못하고 방망이가 나가기 일쑤. 19일 경기 2루타는 어떻게 쳤는지 궁금할 정도.
한화 3경기 기록을 보면 3경기 모두 '멀티 삼진'이다. 삼진 두 개씩을 당했다. 11타석 안타는 단 1개. 그리고 볼넷 1개. 병살타는 없었다. 이게 더 서글프다. 공을 맞히는 자체가 힘들다는 방증이다.
KT는 장성우가 허리 부상으로 후반기 들어 자취를 감췄다. 어쩔 수 없이 로하스가 4번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중심에서 찬스가 다 끊기니 이강철 감독도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모두 로하스 책임은 아니지만, 그의 부진 속 3연패를 당해버렸으니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로하스는 1990년생. 35세다. 야구 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들 나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해 워낙 잘했으니, 이렇게 빨리 에이징 커브가 올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교체해야 한다는 기류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KT는 이미 150만달러 몸값의 쿠에바스를 포기하고, 새 투수 패트릭에 27만7000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180만달러 전액 보장이라는 엄청난 조건에 계약을 체결한 로하스와 다시 한 번 이별하고, 또 다른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는 건 큰 부담일 수 있다. 180만달러는 한화로 약 25억원이라는 큰 돈이다.
공교롭게도 한화에서 뛰던 플로리얼이 최근 웨이버 공시됐다. 단기 대체 리베라토가 정식 선수가 됐다. 일각에서는 KT가 플로리얼이라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