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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키움, 푼돈 아끼려다…'샐러리캡 최소금액' 논란 → 왜 3년만에 이제야?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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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계는 키움 히어로즈의 '무임승차' 전략을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프로야구 샐러리캡에 '최소 금액(하한선)' 도입이 유력해졌다. 이미 실행위를 통과, 다음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사회 개최 시기는 미정이다.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빠르면 2027시즌부터 적용될 전망. 이미 2025시즌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다음 시즌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한선 미만인 팀이 제도에 맞는 샐러리캡 구조를 만들어갈 시간도 필요하다.

2024년 기준 연봉 총액 상한선(상위 40명 기준. 114억 2638만원)을 넘긴 팀은 LG 트윈스 한 팀 뿐이다. LG는 첫 샐러리캡 초과팀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첫 경쟁균형세(초과금액 24억 2978만원의 50%) 납부 기록도 남겼다.

샐러리캡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10개 구단 중 100억을 넘긴 팀은 무려 8팀이나 된다. 9위 NC 다이노스 역시 94억 7275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키움은 어떨까. 상위 40명 연봉 총액이 56억 7876만원으로, 상한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9위 NC의 60% 남짓, 1위 LG와 비교하면 고작 41% 수준이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조상우를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에 넘김에 따라 올해 연봉 총액은 지난해에 비해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결국 '샐러리캡 하한선'에 가슴 졸일 팀은 키움 하나 뿐이다. 이번 논의가 '키움 저격 조항'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야구계가 뒤늦게 이처럼 키움을 향한 '핀포인트' 저격에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프로야구 샐러리캡은 2023년부터 도입됐다.

실행위(10개팀 단장 모임)를 거쳐 이사회(대표 모임)에서 정식으로 처음 논의된 것은 2020년, 그 이전부터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

당시에도 하한선을 두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움처럼 노골적인 '무임승차'를 노리는 구단이 있을 거란 예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샐러리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선수들의 '몸값 거품'을 막고, 부자구단의 선수 싹쓸이 폐해를 막아 전력평준화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한 야구관계자는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돈을 더 쓰는 팀이 있을까 우려했지, 키움처럼 성적이 3년 연속 최하위를 찍는 와중에도 흑자 경영에만 초점을 맞추는 팀이 있을 거란 예상은 어떻게 했겠는가"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샐러리캡이 도입되던 당시 상황도 살펴 봐야한다. 프로농구(KBL)에도 초창기엔 하한선(의무소진율)이 있었지만, 폐지된지 오래다. V리그 역시 의무소진율을 위반한 팀이 나오자 기준이 50%로 조정된 바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직후였던 만큼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쳐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하루가 다르게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LG처럼 샐러리캡을 넘기는 팀조차 흑자를 거두는 상황이 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투자가 곧 산업의 발전이다. 왜 투자를 막느냐'며 샐러리캡 폐지론이 나오는가 하면, 상한선을 끌어올리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모기업을 두고 있는 팀들의 경우 돈을 써야할 때는 쓸 준비가 돼있는 팀들이다.

이런 투자의 흐름에 키움만 역행하는 상황이다.

서울이란 빅마켓을 품에 안고 있음에도 간판스타를 꾸준히 미국에 진출시키며 선수단 몸집(연봉)을 줄이고, 이를 재투자하기보단 수익으로 남기는 키움의 구단 운영은 나 홀로 거꾸로 가는 모양새.

홈팬들에 대한 배려는 없고, 나날이 커지는 리그의 파이와 가치에 해를 입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혹서기 '에어컨 비용'을 관중들에게 추가 징수하고, '원정팀 시즌석'을 판매하는 등 홈팬을 늘리기보단 원정팬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은 타 팀의 투자로 이룬 인기에 무임승차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타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입장료, 홈-원정 입장료 비율로 불만이 있던 팀들 입장에선 상당히 불편한 지점이었다.

타 구단 인기에 기대 수익을 극대화 하면서 정작 자기 구단 전력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전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에게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 겨울 스스로 포기한 후라도-헤이수스라는 수준급 원투펀치를 잡았다면 올해 키움의 성적은 지금과는 달랐을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타선강화란 명분 하에 푸이그-카디네스 등 '재활용'에 집중한 행보 역시 연봉 줄이기의 일환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투고타저 시즌을 예상치 못한 외국인 타자 2명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고, 올시즌 최하위를 사실상 예약한 키움은 투수 2명으로 급히 플랜을 수정했다. 6주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와의 완전 교체도 노크했지만, 스톤은 기량이 부족했고 웰스는 연장 계약을 거절했다. 결국 푸이그, 카디네스, 로젠버그로 시작해 알칸타라, 스톤, 웰스에 또 다른 외국인 투수까지, '푼돈' 아끼려다 한시즌에 무려 7명의 외인을 써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트레이드 과정에서도 현재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간 등가교환 대신 줄곧 지명권이나 현금을 요구해온 키움의 행태는 빈축을 샀다. 현재를 팔아 '푼돈' 아끼기에 전념한 결과물인 김윤하 정현우 등 애써 긁어모은 유망주들의 성장도 순조롭다고 보긴 어렵다.

이 와중에 단장과 사령탑, 수석코치에게 책임을 미뤄 경질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키움의 전반적인 구단 운영에 대한 야구계의 불만이 폭발했다. 애써 만든 KBO 흥행 선순환 구도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키움에 의해 자칫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리그의 선순환이나 야구 발전보다는 이익만 추구한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구단 프런트의 뒤에 숨은 '최대 주주'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더해졌다. 샐러리캡 하한선 신설은 이 같은 키움의 노골적인 '탱킹' 움직임을 보다 못한 나머지 9개 구단의 행동이 구체화된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허구연 총재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샐러리캡 하한선 논의는 한층 더 급물살을 탈 전망.

9개 구단의 불편한 시선과 움직임에 봉착한 키움.'하한선' 신설 반대 및 샐러리캡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온 키움은 과연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